“나는 대한민국의 구세주인데, 왜 못믿나?”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과대망상과 심리치료
1980년대 초 시카고 한인사회 봉사회에서 상담을 펼칠 때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인류를 구할 구세주이다. 사탄의 사주를 받은 병원 관계자들이 나를 감금했다. 나를 구해서 인류를 구원하게끔 하라.”
필자는 자칭 ‘예수’였던 과대망상증 환자를 구하려고 병원에 가야만 했다.
이러한 과대망상증(Delusions of grandeur)은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더 위대하거나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왜곡된 신념을 말한다. 과대 망상은 정신적, 심리적 장애로서 주로 조현병, 양극성 장애, 나르시시즘 성격장애 등과 연관된다. 대인관계, 직장생활, 가정 및 사회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자신을 비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왜곡하기에 타인과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대망상증 환자의 특징
▸비현실적인 자아상: 자신이 뛰어난 지능, 재능, 또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주장하거나, 세계를 구할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믿는다. 신의 아들, 또는 계시를 받은 교주 또는 종교지도자로 자신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비판에 대한 과민 반응: 자신의 망상이 도전받거나 의심받을 때 강한 분노를 느끼거나 극도로 공격적이고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
▸사회적 고립: 자신의 위대함을 일반인들은 이해 못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비현실적 목표 추구: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이 노력을 안 해서 못 달성했다고 변명한다.
▪과대망상증과 자존감의 관련
과대망상증 환자들은 종종 불안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높은 자존감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낮은 자존감과 깊은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과장된 행동일 수 있다.
▸자존감의 불안정성: 과대망상증 환자는 외적으로는 너무나 훌륭하고 위대하다고 주장하지만, 내면적인 자존감은 외부의 인정이나 평가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음으로써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열등감과 과잉 보상: 실제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불안하거나 열등감을 느끼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과대망상을 통해 자신감을 과잉 보상한다. 이는 자신을 방어하고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다.
▸사회적 비교와 자존감 손상: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과대망상에 부합하지 않는 현실적인 평가를 받으면 자존감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 이는 다시 과대망상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자존감을 향상하고 망상증을 개선하는 방법
자존감이 취약한 과대망상증 환자는 기본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발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은 다음의 사항으로 이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정신과 치료과 심리 치료를 받도록 권장한다.
1)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CBT는 왜곡된 인지와 신념을 교정하는 데 효과적이다. 환자가 망상을 경험할 때, 이러한 사고가 어떤 근거로 형성되었는지 탐구한다. 환자가 "나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다"라는 망상하고 있다면, 이 신념의 근거를 탐구한다. 실제 성취와 그 망상이 일치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인지의 재구성이라고 한다.
2)자기 대화 훈련: 내면의 부정적 자기 대화를 긍정적 자기 대화로 대체한다. 예를 들면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의 성과는 크지 않더라도, 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자존감이 향상되고, 과장된 망상적 신념이 불필요하게 된다.
2)자기 수용 훈련(Self-Acceptance Training): 자신의 결점과 장점을 모두 받아들이도록 돕는 기법이다. 이는 자존감의 안정성을 강화하여 과대망상이 있어야 하지 않게 만든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기 수용 일지 작성: 환자가 매일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어려운 부분을 기록한다. 예: "오늘 나는 프로젝트를 마치지 못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나를 수용한다."
°자기 인정(Self-Compassion)하기 연습: 자기비판 대신 자기 연민을 실천한다. 예: 실패한 경우,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라는 사고로 자기비판을 대체한다.
3)사회적 기술 훈련(Social Skills Training): 낮은 자존감과 과대망상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적절한 사회적 기술 훈련을 통해, 자신의 자아 개념을 형성하고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 역할 연기(Role-Playing)가 효과적인데, 예를 들어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같은 시나리오를 연습해 과장된 자아상 없이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운다. 또한 ‘긍정적 피드백 주고받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환자가 타인과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현실적인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당신의 발표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으면서도 겸손하게 감사하는 연습을 시도하는 것이다.
4)마음챙김 기반 접근(Mindfulness-Based Approaches):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자기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도록 돕는다. 이는 과대 망상적 사고를 줄이고 자기 수용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 호흡 명상: 환자가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과대 망상적 사고를 멈추도록 돕는다.
예: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순간에 집중하면서,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느낀다."
° 생각 관찰하기: 자기 생각을 관찰하며, 망상적 사고가 일어날 때 이를 알아차리고 놓아버리는 연습. 예: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낮은 자존감과 과대망상은 어찌할 수 없는 게 아니다. 다양한 심리적 접근법들이 이를 벗어나게 돕는다.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망상적 사고를 현실적 자기 인식으로 대체하도록 한다. 과대망상은 혼자서 조절할 수 없으므로 가족이이나 보호자가 환자를 데리고 맞춤형 심리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