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도, 대장암도 ‘이것’으로 막는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54. 현미밥이 좋은 이유 5가지 ④

심혈관계질환은 사망으로 이끄는 핵심 원인이다. 고혈압, 협심증,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심부전, 뇌졸중 등이 그것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동맥경화증이 생기고, 혈액순환이 나빠지며 이런 질환들로 이어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미밥이 심장병을 예방한다

음식으로 들어온 콜레스테롤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섬유질이 많으면 콜레스테롤을 붙잡아 배출시킨다. 십이지장으로 분비되는 담즙산에는 콜레스테롤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담즙산은 지방의 소화 및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흡수되어 간으로 가는데, 이 과정에서 장 속의 섬유질을 만나 흡착된 담즙산은 그대로 대변으로 배출되어 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

현미 속에 든 풍부한 섬유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이 있어 동맥경화증이 완화된다 [1]. 하버드 간호사 연구에 의하면 하루 2~3회 통곡물 식품을 먹는 여성은 주 1회 이하로 먹는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30% 이상 줄었다 [2].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당연히 고혈압약을 먹고 있다. 약 46만 명 고혈압 환자를 포함하는 147개의 논문을 메타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혈압약을 매일 먹었을 때 심장마비 위험 15% 감소, 중풍 위험 약 25% 감소라는 효과를 얻었다고 했다 [3].

그런데 놀랍게도 통곡물을 하루 3회 분량 먹으면 혈압 및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장마비 위험 15% 감소, 중풍 위험 25% 감소의 효과가 있었다 [4]. 즉 혈압약과 통곡물 섭취의 심혈관계질환 예방 효과는 동등하다.

현미밥이 대장암을 예방한다

우리나라가 젊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저명한 의학저널인 '란셋'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5]. 이는 호주(11.2명)나 미국(10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중장년층부터 젊은 층까지 한국인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6, 7].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50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는데, 조기 발병 대장암은 50세 미만(20~40대)에서 발병하는 대장암을 말하며 흔히 ‘젊은 대장암’이라고 부른다.

젊은 대장암이 증가한 원인으로 서구식 식습관이 꼽힌다. 대장암은 적색육(소·돼지·양)과 가공육(햄·소시지·베이컨) 섭취와 관련이 있다. 이에 육류 중심의 서구식을 즐기는 젊은 층에서 대장암 발병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기는 발암물질이다”

2015년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을 담배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는 발암 가능성이 큰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이들의 섭취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8].

폐암이 걱정되면 담배를 끊듯이, 대장암이 걱정되면 육식을 금해야 한다. 대장에 생긴 용종(Polyp)은 대부분 양성이라 크게 해롭지는 않지만, 드물게 일부에서 5~10년 후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반면, 세계 5대 장수마을에 속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시민 약 5천 명을 평균 26년 관찰한 결과, 1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현미를 섭취하는 군은 대장용종 위험이 40% 감소했다 [9]. 또 식이섬유와 통곡물 섭취와 대장암 발생과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 25개를 메타 분석한 결과, 하루 3번(90g/day) 통곡물 섭취는 대장암의 위험도를 17% 감소시켰다 [10].

현미밥을 먹으면 오래 산다

우리가 음식을 가려 먹으려는 이유는 뭔가?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것이다.

현미 등 통곡물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45개의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하루 90g 이상 통곡물 식품 섭취는 당뇨병, 심장병, 호흡기병, 감염병, 암 등 각종 질환의 위험을 낮추기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17% 줄인다 [11]. 약 78만 명 참가자가 포함된 14개 연구의 메타 분석한 하버드대 논문에서도 하루 50g 이상 통곡물 섭취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16% 줄인다고 한다 [12].

이처럼 현미는 장점이 많은 건강식품이다. 치아와 혀로 음식의 질감을 느끼고 구수한 맛을 즐기면서 꼭꼭 씹어 섭취하면 소화도 잘되고 각종 영양소도 잘 흡수되어 몸에 좋다. 그래서 현재 미국인을 위한 식사 가이드라인에서도 하루 최소 3회 분량의 현미와 같은 통곡물을 섭취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13].

현미밥을 먹는 것은 건강한 식사의 기본이다. 단일 식품으로 현미보다 더 좋은 건 세상에 없다(Couldn't be better!).

P.S. 현미밥을 권하면, "맛이 없어 못 먹겠다”는 분들이 꽤 많다. 필자는 오히려 흰쌀밥이 맛이 없어 안 먹는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밥 짓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맛있는 현미밥 짓는 방법을 소개한다.

1. 가장 흔한 실수는 현미밥을 백미 밥 짓듯이 적당히 물을 넣고 바로 밥을 하는 것이다. 현미에는 쌀의 바깥층인 쌀겨가 붙어있기에 수분 흡수가 잘 안 된다. 물기 부족으로 퍽퍽하고 맛이 없는 밥이 되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따라서 밥 짓기 하루 전에 현미 쌀을 깨끗이 씻어 24시간 정도 물에 불린 후 밥을 해야 한다.
2. 현미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멥쌀 현미만 가지고 밥을 하면 찰기가 없어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멥쌀 현미로만 하지 말고, 멥쌀 현미와 찹쌀 현미를 6대 4 또는 5대 5 정도로 섞어서 밥을 해야 맛있게 된다.
3. 멥쌀과 찹쌀의 비율은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조정한다. 찰진 밥을 선호하면 찹쌀 비율을 늘리면 되고, 된밥을 좋아하면 멥쌀 비율을 늘린다. 둘 사이에 영양학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
4. 일반 밥솥이 아닌 압력밥솥을 사용하면 더 맛있는 현미밥을 만들 수 있다. 물의 양은 쌀량의 70~80% 정도로 하고, 밥이 거의 다 된 후 뜸 들이기를 충분히 해야 찰지고 맛있는 밥이 된다.
5. 처음 현미밥을 시도하시는 분들은 익숙해지기까지 백미를 10~20% 정도 섞어 밥을 짓는 것도 괜찮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AT Erkkila, DM Herrington, D Mozaffarian, AH Lichtenstein. Cereal fiber and whole-grain intake are associated with reduced progression of coronary-artery atherosclerosis in postmenopausal women with coronary artery disease. Am Heart J 2005;150:94-101.
2. S Liu, MJ Stampfer, FB Hu, et al. Whole-grain consumption and risk of coronary heart disease: results from the Nurses’ Health Study. Am J Clin Nutr 1999;70:412-419.
3. MR Law, JK Morris, NJ Wald. Use of blood pressure lowering drugs in the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meta-analysis of 147 randomised trials in the context of expectations from prospective epidemiological studies. BMJ 2009;338:b1665.
4. P Tighe, G Duthie, N Vaughan, et al. Effect of increased consumption of whole-grain foods on blood pressure and other cardiovascular risk markers in healthy middle-aged person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0;92(4):733-740.
5. SG Patel, JJ Karlitz, T Yen, et al. The rising tide of early-onset colorectal cancer: a comprehensive review of epidemiology, clinical features, biology, risk factors, prevention, and early detection. Lancet Gastroenterol Hepatol 2022;7(3):262-274.
6. 시사저널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354
7. 의학신문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8062
8. V Bouvard, D Loomis, KZ Guyton, et al. Carcinogenicity of consumption of red and processed meat. The Lancet Oncology 2015;16:1599-1600.
9. YM Tantamango, SF Knutsen, WL Beeson, et al. Foods and food groups associated with the incidence of colorectal polyps: the Adventist Health Study. Nutrition and Cancer 2011;63(4):565-572.
10. D Aune, DS Chan, R Lau, et al. Dietary fibre, whole grains, and risk of colorectal cancer: systematic review and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BMJ 2011;343:d6617.
11. D Aune, N Keum, E Giovannucci, et al. Whole grain consump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cancer, and all cause and cause specific mortality: systematic review and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BMJ 2016;353:i2716.
12. G Zong, A Gao, FB Hu and Q Sun. Whole Grain Intake and Mortality From All Causes, Cardiovascular Disease, and Cancer: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Circulation 2016;133:2370-2380.
13.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and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2015-2020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8th Edition. December 2015. http://health.gov/dietaryguidelines/2015/guidelines/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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