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체중 재지 말아라!"...건강에 역효과, '이 횟수'가 적당, 왜?
어린이, 매일 체중 측정하면 숫자 집착 탓 섭식장애 등 우려…어른·청소년, 주1회·특정 요일에 체중 측정 바람직
가정용 체중계가 보급되기 전엔, 몸무게를 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청소년은 학교 신체검사 때, 어른은 직장 신체검사나 병원 진료 때 체중을 측정했다. 언제부턴가 사정이 확 달라졌다. 사우나에서 땀을 뺀 뒤에도,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뒤에도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특히 집에서도 손쉽게 몸무게를 잰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을 달아, 운동과 다이어트의 효과를 확인한다.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체중 측정에 집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비만의학 및 체중관리 분야의 전문가들은 본인이나 자녀의 체중 측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에 따르면 체중 측정 주기는 개인의 건강 목표, 라이프스타일, 체중과 건강에 대한 관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소아과 전문의 안젤라 팔스 박사(플로리다주 윈터파크, 비만의학)는 “매일 체중을 재는 게 몸무게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통념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에 따라 체중 측정 빈도가 달라져야 하며, 일반적으로 주 1회 몸무게를 재는 게 다이어트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체중을 측정하면 몸 상태를 잘 알 수 있고, 체중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변화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 갔다 온 뒤, 음식·음료 먹기 전…같은 요일에, 같은 체중계로 주1회 측정”
최근 잦은 체중 측정을 꺼리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비만이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몸무게에 대한 민감도가 부쩍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헬스장 탈의실, 병의원, 가정 등에서 체중을 측정하는 것 자체에 긴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병원에서 체중에 대해 너무 자주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건강한 사람들에겐 체중이 현재의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지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전문가 시각도 있다. 미국 가정의학회 회원인 나타샤 부얀 박사(애리조나주 피닉스, 가정의학과)는 “체중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건강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이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에 자란 세대는 체중을 얼마나 자주 측정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공인 영양사 맥신 스미스는 “주 1회 체중 측정의 효과에 동의한다. 매주 금요일 등 특정 요일을 택해 몸무게를 재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정 요일에 체중을 측정하면 몸무게의 추세를 명확히 파악하고 생활패턴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체중을 얼마나 자주 측정하는지(측정 빈도)보다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종전 연구 결과(2017년)를 보면 다이어트의 가장 좋은 결과는 정기적인 체중 측정, 식단 추적, 주당 60분 이상의 고강도 신체활동 등 행동 패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울 수치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체중 자주 측정해도 좋아…오히려 동기부여에 도움
팔스 박사는 “체중은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물을 먹기 전에 특정하는 게 가장 좋다”고 권했다. 항상 같은 체중계를 써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특히 “어린이들은 매일 체중을 재지 않는 게 좋다. 체중계의 숫자에 너무 집착해 섭식장애와 신체 이미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체중 감량에 접근할 수 있는 이성적인 성인과 청소년은 체중을 자주 또는 매일 측정하면 동기 부여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체중을 측정하다 보면 괜히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운동을 할 땐, 매일의 사소한 체중 변화도 매우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루 중 체중은 수분 유지, 호르몬 변화 등으로 상당 폭 달라질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체중 측정 시간, 화장실 방문 여부, 여성의 생리 주기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 체중은 수면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식욕과 단 가공식품에 대한 욕구가 커져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각종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체중계를 쓰지 않고도 몸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도 꽤 있다.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음식의 무게를 재면 지루한 느낌이 들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대신 손으로 식사량을 추정하거나 접시를 쓰는 간단한 기법이 더 나을 수 있다. 식사 추적 앱, 피트니스 및 수면 모니터, 걸음 수 추적기, 가정용 체중계 앱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얀 박사는 “전반적인 건강 목표와 기분에 집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습관 개선이 목표라면 가정식 식사 횟수나 일일 채소 섭취량을 추적한다. 달리기와 같은 특정 피트니스 목표를 위해 훈련 중이라면 매일의 운동 시간과 시간 경과에 따른 개선 사항을 모니터링한다. 의미 있는 목표와 지표는 체중은 물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