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지 않는 변비, 그 속에 숨겨진 비밀

# 올 연말 임원 승진을 앞둔 회사원 김미영(56) 씨는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걱정도 없지 않다. 거기엔 최근 나빠진 장(腸) 문제도 있다. 김씨는 이미 수년간 변비로 고생해왔다. 바쁜 일상 탓에 약국에서 변비약을 자주 사 먹고, 매일 물 2ℓ에다 식이섬유 풍부한 음식들 골라 먹는 등 애를 썼지만, 변비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반적으로 변비는 불규칙한 식사 습관, 부족한 수분 섭취, 운동 부족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웬만한 변비는 이런 생활습관들을 개선하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낫지 않는다면?

김 씨는 해답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대장내시경 검사에선 별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배변 조영술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전혀 짐작도 못 했던 ‘직장 중첩증’이 있었던 것.

만성 변비의 또 다른 원인들…직장류, 직장탈출증, 직장중첩증

사실, 대장 하부와 직장 질환은 장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이 항문 밖으로 잘 배출되지 못하게 막는, 구조적인 문제다. 병원에선 '배변장애형 변비' 또는 '출구폐쇄형 변비'라 하지만, 쉽게 ‘직장형 변비’라 부르기도 한다.

먼저, 직장류(瘤)나 직장탈출증, 직장중첩증 등 이런 질환들은 배변 흐름에 구조적인 문제를 불러온다. 특히 직장류(rectocele)는 50대 이후 여성들에 많이 생긴다. 직장 벽이 얇아지며 질이 있는 쪽으로 주머니 모양 꽈리가 부풀어 오른 상태다. 배변할 때 대변이 그 주머니로 들어가 버리니 변을 충분히 못 보고, 화장실을 나와서도 늘 잔변감이 남는다.

또 항문 괄약근이 약해지며 직장 일부가 항문 밖으로 삐져나온 직장탈출증(rectal prolapse), 직장 일부가 망원경 접을 때처럼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직장중첩증(intrarectal intussusceptions)도 골칫거리다. 변이 잘 나오지 않고, 배에 힘을 많이 주어야만 변을 겨우 볼 수 있다. 이들 역시 50대 이후 여성들에 많이 생긴다.

변비약 먹어도, 식이섬유 먹어도 낫지 않는 변비는...?

만성 변비는 골반 쪽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골반저근육 기능장애’ 때문에 올 수도 있다. 골반저근육은 골반을 아래에서 받치고 있는 바가지 모양의 근육군. 그런데, 여기 근육이 충분히 조였다 늘어났다 해야 대변을 수월하게 볼 텐데, 근육 기능이 그렇지 않은 것.

항문과 직장이 좁아진, 항문·직장 협착증도 한 원인이다. 또한, 치핵이 생겼거나, 항문이 찢어진 치열(痔裂)이 생겨도 문제다. 배변할 때 오는 엄청난 통증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을 참다가 변비가 만성으로 간다. 이럴 땐 일반적인 변비 치료법(식이섬유 섭취 증가, 수분 섭취, 일반 변비약 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오히려 특별한 접근이 필요하다. 병원에선 항문·직장 내압검사, 배변조영술 등 특수검사를 통해 만성 변비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낸다. 그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수술을 하거나 바이오피드백 치료, 특수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법이 정해진다.

부산 웰니스병원 강동완 병원장은 “여러 이유로 직장 모양이 변하면서 생기는 ‘직장형 변비’는 일반적인 변비 치료로는 낫기 힘들다”면서 “약국에서 약을 사 먹어도, 식이섬유 많은 음식의 매일 챙겨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대장 하부나 직장 쪽에서 해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성변비는 우울증에다 알츠하이머, 심장마비, 뇌졸중도 일으킨다

최근 여러 해외 연구에서 만성 변비가 우울증을 유발하고, 이게 알츠하이머, 즉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변비도 치매의 위험 요소가 된다는 얘기다. 만성 변비를 내버려 둬선 안 되는 이유다.

여기다 미국생리학회에 따르면 변비 있는 사람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특히 고혈압이 있으면 이런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알려졌다.

‘변비클리닉’ 환자들은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다음은 웰니스병원 ‘변비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다는 질문들을 정리해봤다.

강동완 병원장. [사진=웰니스병원]
1. 매일 변을 보지 않으면 건강에 해로운가?
반드시 매일 변을 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주 3회 이상 배변하는 것이 정상범위입니다. 중요한 것은 규칙성과 불편함 없이 배변하는 것입니다.

2. 변비약을 장기간 먹어도 괜찮을까?
장기간 변비약 복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대장이 약물에 의존하게 되어 '게으른 장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의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사용 기간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변을 볼 때 항상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것도 변비인가?
네, 과도한 힘을 주어 배변해야 하는 것도 변비의 한 증상입니다. 이는 직장 관련 문제나 골반저근육의 기능 이상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4. 변비로 인해 치질이 생길 수 있나?
그렇습니다. 만성 변비로 인해 과도한 힘을 주어 배변하면 항문 주위 혈관에 압력이 가해져 치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단한 변으로 인해 항문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5. 변비가 대장암 발병 위험도 높이는가?
직접적인 연관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성 변비로 인해 독소가 장내에 오래 머물면 대장 점막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배변과 함께 충분한 섬유질 섭취는 대장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6. 변비로 인한 복부 팽만감이 심할 땐 어떻게 하나?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분 섭취,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복부 마사지나 따뜻한 찜질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7. 변비가 심해지면 변이 새거나 지리는 증상도 생기나?
네, 가능합니다. 심한 변비로 인해 직장에 변이 차면, 액체 변만 새어 나오는 '역설적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8. 변비로 인한 항문 통증은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가?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여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9. 변비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만성 변비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어 우울증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변비 증상 개선과 함께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합니다.

10. 병원에서 하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어떤 경우에 효과적인가?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특히 골반저 기능 부전으로 인한 변비에 효과적입니다. 변실금 치료에도 쓰이고요. 배변 시 골반저근육을 적절히 늘여주는 방법을 훈련하면 약 70%의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게 됩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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