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간호대 학생들 유독 변비 설사 더 잦은 이유
다른 사람들 병은 잘 고치는 의사들도 정작 자기 몸에 생긴 고질병은 잘 낫게 하지 못한다. 미련하게도 평생 갖고 가기도 한다. 당직, 야근을 밥 먹듯 되풀이하던 인턴, 레지던트 시절부터 생긴 무좀, 변비, 만성피로 등.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운동 부족 탓에 생긴 것들이다.
여기에다 오랜 시간 서서 수술해야 하는 외과 의사들은 목, 어깨, 허리, 다리에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경우도 많고, 다른 의사들도 환자들 접촉이 많은 탓에 여러 감염질환에 취약하다. 간호사들은 더 심하다. 어떤 이들은 너무 자주 손을 씻다 보니 습진 등 손 문제를 달고 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해도 가장 큰 고질병은 역시 스트레스. 생명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책임감과 스트레스는 따로 떼놓을 수가 없다. 불면증은 흔하고, 우울증 겪는 의사들도 많다.
이런 스트레스는 학생 시절부터 시작된다. 인제대 의대 의사과학자 과정 대학생들(박지환, 이가은, 정혁준)이 의대생과 간호대생 440명을 대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IBS) 유병률을 조사해보니 일반인들의 2배, 3배나 더 많았다. 한 달에 사흘 이상, 또는 1주일에 하루 이상 극심한 복통에다 설사, 변비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 IBS(과민성 대장 증후군), 일반인의 2~3배”
연구팀이 IBS 진단 기준(로마III. 로마IV)을 적용했더니 로마III 기준으론 17.7%(78명)가, 로마IV 기준으론 11.6%(51명)가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 건강한 아시아인 평균 9.0%(로마III)나 4.0%(로마IV)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의 논문은 관련 분야 SCI(e)급 논문(‘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최근호에 실렸다.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섭 교수(교신저자)는 5일 “의대, 간호대 학생들은 과도한 학업량, 심리적 부담감,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IBS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이라 풀이했다.
한편, IBS(과민성 대장 증후군)는 복통과 설사, 변비 등을 유발하는 기능성 위장 질환으로, 한국인 평균 유병률은 4.7%. 다른 대장 질환과 구별되는 특정 증상도, 생물학적 마커나 원인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나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