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인생에 생리 끝나니"...몸 곳곳 불청객들 다 찾아오네
45~55세 전후 나타나는 폐경, 갱년기 여성들에게 생기는 신체 변화들
# 워킹맘 경숙(49) 씨는 유방에 멍울이 만져져 한동안 불안감에 떨었다. 마침 병원에서 단순 ‘물혹’이라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오랫동안 유방암으로 고생하시던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다.
여섯 살 많은 언니(55)도 유방 때문에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고, 최근엔 질 건조증에다 요실금 증상까지 살짝 있다 했다. “갱년기, 가볍게 지나가더라”는 친구들도 있던데, 자기와 언니만 유독 이렇게 생고생을 하나 싶어 짜증이 난다.
여자는 폐경을 맞으며 또 한 번 새로 태어난다. 45~55세 전후로 몸에서 여성 호르몬을 덜 만들어내기 때문. 그런 호르몬 부족 현상이 갱년기 증상들을 만들어낸다. 안면홍조나 수면장애, 두통도 생기지만 유방, 생식기 등 여성 특이적인 기관들에도 여러 변화를 몰고 온다.
날 노리는 조용한 침입자, 유방암
유방 질환은 대개 양성과 악성으로 나눈다. 대부분은 양성이다. 섬유물혹(낭종)부터 섬유선종, 유방염에 이르기까지.
낭종이나 선종은 유방에 멍울이나 혹이 생긴 것. 양성이 많지만, 악성으로 변할 수 있어 정기 검진으로 늘 감시해야 한다. 유방염은 세균 감염 때문인데, 흔히 수유부에 많이 생긴다. 분비물 색깔로 알 수 있다. 통증도 따라올 수 있다. 특히 노란색, 혹은 붉은색 분비물이 나올 땐 유방암도 의심해볼 수 있다.
사실 유방암은 갱년기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다. 호르몬 변화와 함께 유방 조직의 밀도가 증가하면서 발병 위험이 커진다. 최근엔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많이 생겨 주의가 필요하다.
단,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좋다. 게다가 유방암이 의심될 땐, 유방 초음파 검사나 맘모톰(Mammotome) 조직검사로 간단히 알아볼 수 있다. 부산부민병원 이수경 과장(유방외과)은 “맘모톰은 초음파 보면서 바늘로 의심 조직만 조금 떼거나 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이라며 “조직을 절개하지 않아 유방 변형이나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고, 시술도 30분 정도로 짧다”고 했다.
‘거기’에 생긴, 말 못 할 불편한 진실들
이 시기엔 여러 부인과 질환들도 주의해야 한다. 가장 많이 생기는 것은 질염이나 질 건조증. 질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면서 흔히 성교통, 가려움증을 거쳐 요로감염으로 이어진다.
골반 기저부 장애도 잘 생긴다. 자궁, 방광, 직장 등 골반 기저부를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발생하는데 요실금, 변실금, 자궁 탈출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자궁근종’은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또 난소에 물혹이 생긴 ‘난소낭종’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같은 병원 부인과 박민혜 과장은 “질 환경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인데, 분비물 양이나, 색깔, 냄새 변화로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때론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다 발생 확률은 높지 않으나 이 시기 여성들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자궁암과 난소암. 그중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 속도가 빠르기에 더 치명적이다. 박 과장도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이상을 느낀 때는 암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환자 자신도 당혹스럽지만, 진단하는 의사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내 뼈 갉아 먹는 골다공증…갱년기 이후 ‘삶의 질’ 달라져
또 하나 갱년기 여성에 주의해야 할 대목은 바로 골다공증.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빠르게 골밀도가 떨어지기 때문.
여기다 운동 부족으로 팔다리 근육까지 약해지면 잘 넘어지고, 그게 뼈가 부러지는 골절까지 이어지기 쉽다. 이수경 과장은 “골다공증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골절 위험을 높여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게 더 큰 문제”라 했다.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 흡연, 음주, 칼슘 섭취 부족 등도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에 갱년기 여성은 몸의 변화를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1~2년에 한 번씩은 꼭 유방 촬영술과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고, 3년에 한 번씩은 자궁경부 세포검사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그동안 가족들 먼저 챙기느라 잘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몸을 이때부턴 최우선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는 것.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이런 질병을 두루 예방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