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이 나를 왕따시키려고 회의해요!”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피해 망상증 환자의 자존감

“직장 동료들이 나를 왕따시키려고 회의해요!”
피해망상은 주로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부당하게 위협받거나 해를 입는다고 확신하는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신념을 뜻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며느리가 밥에 독약을 넣는 듯하다. 수돗물에서도 오염된 물이 나온다. 걱정하느라 잠을 못잔다.”
필자의 상담소에 노크한 여성이 한숨을 쉬며 호소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밥에 색깔이 이상한 밥알이 보여요. 선생님은 이 고통 몰라요.”

그 무렵, 30대 직장인은 이런 하소연을 했다.
“직원들이 나 몰래 제 뒷담화해요!”
“A 직원이 제게 ‘음악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제 약점을 잡기 위해서인듯해요!”

모두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피해망상(Delusions of Persecution) 환자였다. 피해망상은 주로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부당하게 위협받거나 해를 입는다고 확신하는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신념을 뜻한다. 이들은 주변 다른 사람의 평범한 행동을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며, 불안과 두려움에 빠진다. 이런 망상은 종종 조현병(Schizophrenia)이나 망상성 장애(Delusional Disorder)와 같은 정신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다.

피해망상 환자의 심리적 특성

▶의심과 경계: 회사원이 서로 소곤거리는 것을 보면, 그들이 자신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고 뒷담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실제로는 동료들이 일상생활에 대한 주제로 대화해도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의심은 직장 내 관계를 악화시키고, 심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까지 내릴 수 있다.

▶과도한 자기 중심성: 피해망상에 빠지면 타인의 모든 행동이 자신과 관련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길거리나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유심히 쳐다보고 감시하고 있다고 느낀다. 가장 흔한 피해 망상은 CIA, 또는 국정원 요원이 자신을 미행하고 따라 다시면서 감시한다고 믿는 것. 타인들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조롱하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사실은 길거리나 카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이 사람에게 관심도 없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린 것일 뿐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해석은 당사자에게 큰 불안을 야기하고, 외출을 꺼리게 하는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 타인의 의도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한 남성은 가족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어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서 가족과의 관계를 끊는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를 걱정하며 계속 연락을 시도했을 뿐이며, 그가 느끼는 위협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속적 불안: 자신이 언제든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거리를 걸을 때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그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확신하고, 즉시 도망가거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그 낯선 사람은 사실 길을 물어보려 다가온 것일 수 있지만, 환자는 그 사람의 의도를 공격적으로 해석하고 극도의 불안을 경험한다.

자존감과 피해망상의 관계

피해망상도 자존감과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나 능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타인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피드백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반응이 결국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망상으로 연결되는 것.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직장에서 동료가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고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확신하고 오해하면서 상대방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하면 ‘묻지 마 식 살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는 동료의 행동이 무관심하거나 우연적일 수 있지만, 자존감이 낮고 불안한 사람은 이를 과장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피해망상 환자를 돕는 심리적, 사회적 방법

피해망상 환자는 자신은 정상이기에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자신은 정상이라고 방어하고 싶은 심리가 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왜곡된 사고로 고립을 자초하고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한다. 모든 사람은 어는 정도는 문제가 다 있기에,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도움을 받으면, 피해 망상을 극복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가장 효과적인 치료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치료는 환자가 자신의 부정적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그 사고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돕는다. 예를 들면, 40대 남성 환자가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을 해고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었지만, 환자는 CBT를 통해 상사는 일상적인 회사 내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잘못된 해석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피해망상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기 때문에 가족, 친구, 또는 커뮤니티의 지지가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의심을 완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적인 시각을 되찾을 수 있다. 한 여성은 피해망상 탓으로 이웃들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믿었지만, 친구들의 지지와 상담을 통해 그 믿음이 왜곡되었음을 깨달았다.

▶의료적 치료: 피해망상이 심각하면,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불안제가 함께 사용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망상의 강도를 줄여 환자가 심리치료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론적으로 피해망상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며, 그들의 심리적 특성에는 과도한 의심, 자기중심적인 해석, 사회적 고립, 그리고 지속적인 불안이 포함된다.

피해망상은 환자도 괴롭지만, 대형사고나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쯧쯧’하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자신의 부정적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수정하는 것이 피해망상의 완화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한, 사회적 지지와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키우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구체적인 심리치료와 더불어 자존감 회복은 피해망상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현실적인 사고와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피해망상도 관심과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병이지,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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