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메운다고 지자체들도 500억이나...?
이상식 의원, 정부가 초래한 의정 갈등에 "정작 수습은 지자체가 하고 있는 꼴”
정부가 촉발한 의정 갈등으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우는데 부산, 울산, 경남 등 부울경이 올 상반기에만 무려 31억 원을 넘게 썼다. 다른 지자체, 더 나아가 전국으로도 비슷하다. 모두 500억 원이나 거기에 들어갔다.
이번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경기 용인갑)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17개 시·도 재난관리기금 현황’에 따르면, 올해 2~9월 7개월 동안 전국의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확정한 재난관리기금은 약 1081억 원. 그중 실제 집행한 것은 약 484억 원(44.8%)으로 나왔다. 그것도 큰 재난이 일어났을 때 긴급 구호 목적으로 써야 할 ‘재난지원금’을 당겨 썼다.
그중 부산은 올해 상반기에만 21억 3000만 원을 편성했고, 실제로 100% 사용했다. 올 하반기에도 그보다 더 많은 92억 5,000만 원을 추가 편성한 상태다. 올해에만 의료 공백 메우는데 114억 원 가량을 쓴다는 얘기다.
울산도 올 상반기에 33억 원을 편성해 8억 4000만 원을 썼고, 경남은 85억 원 중 5억 4,000만 원을 사용했다. 올 상반기, 의료 공백 메우는데 부울경이 모두 31억 1,000만 원을 쓴 셈이다.
문제는 이 돈이 천재지변 등 긴급 재난의 예방과 복구에 쓰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만드는 특별한 기금이라는 것. 재난관리기금 사용처에 비상진료체계 유지 항목은 애초엔 없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6일 재난관리기금 관련 규정에 ‘특례’를 추가, 이 기금으로 빼내 쓸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임시방편 행정이 전국에서 벌어지게 된 이유다. 이렇게 하면, 나중엔 정상적으로 써야 할 예산이 부족해지고, 지자체들 재정 압박도 커지게 된다.
이상식 의원은 15일, “의료 갈등으로 지자체 재난 기금이 500억 원이나 낭비됐다”며 “지역 균형 필수의료체계 재건을 위해 의료개혁 한다면서, (생색은 정부가 내고) 정작 수습은 지자체가 하고 있는 꼴”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