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개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볼까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앞서 9월 25일자 ‘비빔밥을 양껏 먹었다면 내 몸 안엔 뭐가 들어온 걸까’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열량을 공급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서 3대 영양소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지어줬다고 소개했었다.
그런데 1995년 미국 생화학자 배리 시어스 박사가 저서 '더존(The Zone)'에서 3대 영양소가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 그리고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의 합성과 분비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덕분에 미세 영양소에는 없는 분자생물학적 기능을 추가해서, 3대 영양소라는 강력한 지위를 더욱 확고하게 유지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흡수되어 혈당을 높여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흡수되어 글루카곤 분비를 유도하고, 지방은 우리 몸과 마음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아이카사노이드 운영체제의 일꾼에 해당하는 아이카사노이드를 합성하는 원료로 참여한다.
아이카사노이드의 원료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이다. 두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이다.
아이카사노이드는 서로 다른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두 종류로 나누어 등장한다. 두 종류에는 혈관 수축과 확장, 혈액 응고 촉진과 지연, 세포증식 촉진과 지연, 통증 전달 촉진과 지연 등 우리 몸과 마음을 통제 관리한다.
한편 아이카사노이드 합성 과정에서 두 종류로 나누어지는 길목에서,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둘 중 한쪽 아이카사노이드를 합성하도록 길잡이 노릇을 한다.
따라서 인슐린, 글루카곤과 연결된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아이카사노이드 합성 원료인 지방, 이렇게 셋은 우리 몸과 마음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막강한 힘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3대 영양소라는 지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지금까지 3대 영양소는 5대 영양소, 6대 영양소의 숱한 도전을 받았지만 호르몬 합성과 분비에 관여하는 독보적인 기능을 열량 공급 기능과 함께 보유했다는 점에서 3대 영양소라는 지위를 확실하게 지켜줘야 한다.
다시 말해, 3대 영양소가 발휘하는 웅장한 대사작용에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미세 영양소는 작은 도움을 줄 뿐이다.
따라서 3대 영양소를 잘 갖춰 먹는 걸 기본으로 하고, 미세 영양소도 챙겨 먹으면 최고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3대 영양소보다 미세 영양소를 중요하게 여기거나 미세 영양소의 부족을 염려하여 미세 영양소를 보충하려 애쓰는 노력이 매우 안타깝다.
이쯤에서 다음과 같이 양자택일을 제안한다.
우리는 여러 정당(政黨) 중에서 한 정당을 선택한다. 다시 말해, 일당 독재 체제가 아니다. 또 종교도 여럿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믿고 따른다.
그런데 이제까지 내 건강을 지켜주리라 굳게 믿고 실천하는 영양 개념은 3대 영양소가 열량을 공급한다는 개념 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5년부터 호르몬 합성 분비와 연결해서 다루는 새로운 영양 개념이 등장한 덕분에, 현재 영양 개념과 새로운 영양 개념을 비교(도표 참조)해서 둘 중 한쪽을 선택할 수 있어 무척 다행이다.
2주 동안 제대로 실천해보면 둘 중 하나를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