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암, 개인 맞춤 치료한다"...英서 대규모 임상 시작
영국정부 암 연구 선도 위해 ‘매니스페스트 프로젝트’ 지원 나서
흑색종, 신장암, 방광암, 유방암에 대해 면역요법 중심의 새로운 개인 맞춤형 암치료 대규모 임상연구가 실시된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가 주도하고 4년간 900만 파운드(159억)가 투입되는 매니페스트(Manifest)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암으로 고통받는 3000명의 환자의 종양과 혈액 샘플을 검사해 그동안 발견되지 않던 암을 발견하거나 암의 재발을 조기에 알려줄 수 있는 유전자, 단백질, 분자와 같은 생체지표(바이오마커)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를 통해 최근 떠오르는 면역요법의 치료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면역 요법은 수술, 방사선 요법, 화학 요법과 같은 “자르고, 태우고, 독을 주입하는” 접근 방식이 아니라 환자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 종양을 제거하기 때문에 유망한 암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임상 그룹 리더인 삼라 투라즐릭 교수는 거의 20년 동안 피부암인 흑색종을 치료해 왔다. 그는 “내가 흑색종 연구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진행성 흑색종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보통 6개월 이내에 사망했지만 현재는 면역치료를 받은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절반 이상이 최소 10년 이상 생존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가 면역요법의 혜택을 받을지, 누가 부작용을 겪을지 모른다는 데 있다”는 것. 면역 요법은 지금까지 특정 유형의 암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니페스트 프로젝트는 흑색종, 신장암, 방광암, 삼중음성 유방암 네 가지 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면역 치료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소규모 연구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의사가 특정 환자에게 어떤 치료법이 효과적인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생체지표가 그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잇다는 것.
투라즐릭 교수는 “우리는 바이오마커를 사용하여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고말했다. 그는 “암과 면역 체계 간의 상호 작용에는 엄청난 복잡성이 있기 때문에 단일 바이오마커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종양 샘플, 환자의 혈액, 마이크로바이옴 등 환자로부터 매우 많은 수의 측정값을 수집하고 이를 테스트에 결합해 어떤 것이 가장 예측력이 높은지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 런던에 있는 로열 마스덴 및 바츠 암 연구소와 캠브리지대학병원 등과 협력해 3000명의 환자를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다. 맨체스터에 잇는 영국 암연구 바이오마커센터와 면역치료 전문 생명공학회사인 IMU 바이오사이언스 등도 파트너로 참여한다.
매니페스토 프로젝트는 영국 과학혁신기술부가 1억1800만 파운드(약 2088억 원)을 투입해 암 연구의 5개 허브를 구축하는 계획의 하나다. 다른 계획에는 암세포를 식별하고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휴대용 이미징 도구와 영국 국영의료보험기관인 국립보건서비스(NHS)의 통합 디지털 병리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이 포함된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의 피터 카일 장관은 “암 치료법 바꾸고 암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러한 혁신은 현재 (보수당 정부의 지원 축소로 인해) NHS가 겪고 있는 압박을 줄여주고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영국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신흥 산업의 선두에 설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이 보건 시스템과 연구 부문을 성장엔진으로 삼아 경제를 성장시키는 한편 혁신가들을 지원하고 공공 서비스에 투자하는 데 필요한 자금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