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유발 식품의 놀라운 반전...고기, 우유가 종양 억제해 암 예방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식품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특정 음식을 유해한 것으로 판단해 그 식품에 과민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두드러기나 습진 같은 피부 증상, 설사나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 그리고 호흡 곤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달걀, 땅콩, 우유 등이 있다. 이런 식품들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 물질, 즉 항원을 가지고 있어 일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알레르기 유발 식품들이 오히려 종양 형성을 막아 암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봤다.
식품 항원이 소장에서 종양 퇴치하는 ‘숨은 영웅’
일본 리켄 통합의학센터 연구팀은 소장(작은창자)에 생기는 종양과 관련해 우리가 먹는 음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우유와 육류를 포함한 몇 가지 예상치 못한 음식에서 종양을 억제하는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식품 항원, 특히 육류와 우유에서 발견되는 항원이 장에 종양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숨은 영웅’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식품 항원은 보통 민감한 사람에게 즉각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우리 몸에서 인지하는 식품 항원은 대부분 단백질이지만 히스타민이나 특정 첨가물 같은 다른 식품 성분들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육류, 유제품, 생선뿐만 아니라 채소, 과일, 곡류 또한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단백질이 항원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종종 비난받는 우유와 고기를 비롯해 땅콩과 조개류와 같은 식품 항원에 대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소장 종양은 결장의 종양보다 훨씬 드물지만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의 경우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에서 염증성 장 질환 또는 기타 위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원이 없는 식단의 임상적 사용을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품 항원 먹이 섭취한 쥐들은 소장 종양 적어
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식품 항원이 결핍된 먹이를 먹은 쥐들은 일반 먹이를 먹은 쥐들에 비해 소장에서 훨씬 더 많은 종양이 생겼다. 여기에 연구팀이 육류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식품 단백질인 알부민을 무 항원 식이요법에 추가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알부민을 첨가했을 때 정상적인 식단을 섭취한 쥐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종양 수준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 항원 식단을 섭취한 쥐는 일반 식단을 먹은 쥐에 비해 소장에서 훨씬 더 많은 종양이 발생했다.
또한 연구팀이 일반적인 식품 단백질인 소 혈청 알부민을 무 항원 식단에 추가했을 때 종양의 수가 정상 식단을 섭취한 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구팀은 파이어판(파이어스 패치)이라고 불리는 소장의 특수 구조에 초점을 맞추면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 작은 림프 조직 덩어리는 면역 체계의 감시 전초 기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파이어판이 식품 항원의 종양 억제 효과에 결정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파이어판이 없는 쥐에서는 정상적인 식단의 보호 효과가 사라졌고, 항원이 없는 식단을 섭취한 쥐와 같은 수의 종양이 발생했다.
이는 파이어판이 식품 항원을 처리하고 종양을 막는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또한 M세포라고 불리는 파이어판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형의 세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세포는 게이트 키퍼와 같은 역할을 해 식품 항원이 장에서 패치로 전달돼 면역 세포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팀은 M세포가 결핍된 쥐를 사용했을 때 종양 형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관찰해 식단, 면역 체계 및 종양 예상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지만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수행됐지만 인간의 건강에 대한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양한 식품 항원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소장 종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체중 감량이나 염증을 줄이기 위해 때때로 채택되는 항원 무 함유 식단 또는 엘리멘탈 식단이 적절한 의학적 지도 없이 사용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위에서 연구팀이 언급한 엘리멘탈 식단은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에 의해서 개발된 우주비행사의 식사가 기원이다. 순수한 아미노산, 당질, 지질, 전해질, 비타민류로 구성되며 미온수에 녹여서 사용한다.
입 또는 콧속에 튜브를 통해 주입되는데, 고칼로리의 영양 보급을 할 수 있으며, 완전히 소화, 흡수된다. 이 식단은 수술 전후 영양 관리를 비롯해 소화 불량, 흡수 불량 상태, 염증성 장 질환 등의 환자의 영양 관리에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