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싼테니, 나쿠펜다”(Thank you, I love you)

BTS(방탄소년단)의 나라 ‘코리아’(Korea)에서 의료봉사단이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젊은 여성근로자들 사이에 SNS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환자 3,000여 명이 구름떼로 몰려왔다.

이른 아침부터 현지 주민들이 진료실 앞에서 400여 명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 천성이 부지런한 케냐인들이 빨리 치료받고 일터로 나가기 위해 새벽 댓바람에 달려온 것.

[사진=그린닥터스]
13일 새벽 인천공항을 떠나 아프리카를 찾아간 ‘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은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나이로비 롱가롱가로드 인근 사나그룹의 한 공장에 짐을 풀었다.

여긴 경남 출신 한인 기업인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이 경영하는 가발공장. 여성근로자들 8천여 명이 일하고 있었다. 젊은 2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나, 20, 30대가 주를 이루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기 ‘여공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 한인 가발공장 무료진료 추석 훈훈

정근(안과), 정종훈(가정의학과), 김상엽(정신건강의학과), 박석주(신장내과), 윤선희(온종합병원 이사장) 등 의사 5명은 구름 떼 환자들을 보고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폭풍 진료에 돌입했다.

사나그룹도 팔을 걷어붙였다. 최영철 회장이 직접 나서고, 직원들이 환자접수나 약국에 배치됐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직원 초등학교 자녀들까지 통역에 나서 의료진을 도왔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적도 부근의 케냐는 햇볕이 강한데다 가발 염색약의 노출 탓인지 안 건조증이나, 피부가려움증, 두통 등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리고 “장시간 서서 하는 작업이어서 관절 계통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도 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 다음으로 경제개발에 성공했다지만, 아직 국민소득 2천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김상엽 박사(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월 20만원 급여로 최소 두 명 이상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등 가정마다 생활고를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주부 근로자들은 대개 우울증을 갖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싼테니, 나쿠펜다”(Thank you, I love you)
[사진=그린닥터스]
하지만, 커다란 눈망울이 유독 초롱초롱한 케냐 근로자들은 진료를 받고 나서면서 의사들에게 두 손을 모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아싼테니, 나쿠펜다.”(Thank you, I love you.)

이에 의사들도 서투른 스와힐리어로 손을 흔들며 미소로 대답한다. “함나시다 함나타부 하쿠나 마타타!”(다 잘 될 거야.)

한편, 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 15명은 추석 연휴를 맞아 23일까지 케냐 마사이마라 등에서 무료진료 및 왕진활동을 계속한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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