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남자가 더 잘 걸린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노령층 위협하는 눈 질환들
중년에 접어들며 가장 먼저 오는 몸의 변화는 눈이 침침해진다는 것.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고, 때때로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전형적인 노안(老眼) 현상. 우리 눈의 수정체는 사물 위치에 따라 수축 또는 이완하며 망막에 상(像)을 맺어주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피부처럼 수정체 탄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 볼 때 초점 전환도 늦어진다. 책을 볼 때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시야가 흐릿해진다. 심지어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노년기 접어들며 나타나는 백내장(白內障, cataract), 녹내장(綠內障, glaucoma)도 초기 증상은 노안과 비슷하다. 부산 서면 정근안과병원 권상민 원장은 “이들은 초기 증상만 갖고는 환자가 직접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단순 노화 현상으로 보아 치료 시기 놓치는 경우도 많다” 했다.
하지만 백내장과 녹내장은 발병 위치도, 질환 성격도 다르다. 백내장은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야가 뿌옇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녹내장은 눈 안의 압력, 즉 안압(眼壓)이 정상보다 높아지며 시신경을 압박해 생긴다.
男 백내장과 녹내장, 女 안구건조증
남자, 여자 사이에도 잘 생기는 눈 질환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화장에다 콘택트렌즈를 많이 끼는 여성들은 ‘안구건조증’이 남성보다 2.2배나 많다.
반면, 바깥 활동에다 흡연, 음주 빈도가 높은 남성은 ‘백내장’과 ‘녹내장’ 위험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예를 들어 백내장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발병률이 3배 정도 된다. 물론 여자라고 백내장, 녹내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백내장이 오면 밝은 곳에서 유난히 눈이 부시고 시야가 침침해지는 ‘주맹’(晝盲), 한쪽 눈을 가렸을 때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複視)도 올 수 있다. 그러다 돋보기 없어도 갑자기 신문기사 등 작고 가까운 곳이 잘 보이는 현상도 백내장의 한 증상.
백내장, 5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
요즘엔 백내장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30~40대 남자 환자도 많다. 흡연과 음주, 거기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백내장 위험을 높이기 때문. 초기에는 한쪽 눈에만 왔다가 이내 다른 쪽 눈에도 온다.
그래서 우리나라 5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도 바로 백내장 수술. 50대는 10만2707명, 60세 이상에서는 36만9038명(국민건강보험공단, 2021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이른다. 70세 이상에서는 90%가 백내장을 경험한다.
다초점 등 인공렌즈 수술 실손보험은?
백내장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단(單)초점렌즈와 달리 급여 대상이 아닌 다(多)초점렌즈는 환자 부담이 크다. 예를 들어 다초점렌즈 가격이 단초점렌즈보다 10배까지 비싼데, 양쪽을 모두 수술할 경우 수술비만 1천만 원 안팎에 이른다.
실손보험 적용을 둘러싼 논란도 아직 남아있다. 보험회사들이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 자외선 차단렌즈, 난시 교정렌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치료보다는 미용이 목적”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이처럼 실손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이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해 말,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기준 정비방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 ▲종합병원 혹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면 추가 증빙 없이도 진료비를 (실손보험료로) 환급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기저질환 보유, 합병증 또는 부작용 발생, 다른 수술 병행 등 ‘입원’이 필요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입원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당일 잠깐 수술받고 나가는 ‘외래’가 아니라 6시간 이상 병원에 머무는 ‘입원’ 치료가 되어야 (실손) 보험료가 모두 나오기 때문.
반면, 65세 미만이면서, 중소 병원(혹은 의원)에서 수술을 받았거나, 가벼운 합병증 또는 부작용으로 굳이 입원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 경우엔 입원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를 두부 자르듯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도 보험사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직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에 그 빈틈을 메우는 대안들도 새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온종합병원 계열 온라이프그룹 ‘490눈사랑'은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에 초점을 맞춘 상품. 심지어 눈꺼풀이 처진 안검하수(眼瞼下垂, ptosis)나 쌍꺼풀 같은 안성형(眼成形) 서비스도 제공한다.
매달 소액의 납부금을 모아 고액의 수술비를 감당하는 방식. "고령화 시대, 갈수록 늘어나는 눈 환자들이 실손보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갖지 않으면서도 치료 적기(適期)를 놓치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백내장 예방하려면?
그에 앞서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미리 예방하는 것은 더 효율적인 대안일 수 있다. 권상민 원장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안과 검사를 통해 눈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안질환을 조기 치료하는 것이 병을 키우지 않는 방법”이라 조언했다. 평소 예방법으론 금연, 절주, 체중 유지, 외출 시 선글라스 착용 등을 습관화하는 것이 권장된다.
백내장 위험을 줄여주는 식품도 있다. ▲눈 건강을 돕는 지아잔틴과 비타민A가 풍부한 달걀,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연어 삼치 참치, ▲비타민E와 A가 많이 들어있는 호박, ▲비타민C가 풍부한 골드키위가 그들이다.
또 ▲루테인이 많은 시금치 케일 등 녹색 채소, ▲여름과 가을에 나오는 옥수수도 루테인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지아잔틴이 많아 안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