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될 수 있을까?
[박창범 닥터To닥터]
미국은 2003년 메사추세츠 주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기 시작하다가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헌법에서 보장받는 권리라고 판결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법률에서 결혼은 이성 간의 결합이어야 한다거나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대법원은 혼인은 남녀간의 육체적, 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관습법적으로 동성혼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하여 2022년 3월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이 정비되면서 행정절차상으로는 성별에 상관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지자체에서는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간의 혼인’이라는 이유로 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부로 즉 가족으로 인정을 받으면 법적 및 사회적으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파트너가 사망한 경우 재산을 상속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파트너가 중요한 수술을 하거나 건강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파트너와 관련된 여러 판단을 할 수 있다. 셋째, 가족의 일원으로 여러 절세 혜택 및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넷째, 아이도 입양할 수 있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동거하고 상호간을 부부로 인정한 사실혼 관계인 경우도 법적인 부부인 경우와 유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동성부부의 경우 법적으로 부부는 물론 사실혼 관계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법적 및 사회적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동성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동성부부가 비록 법적인 부부로서 인정은 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실혼 관계와 같거나 이와 유사한 법적 사회적 혜택은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왔다. 최근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와 B는 33살 및 34살된 남성으로 약 10년전부터 교제하였고 7년전부터 동거하였고 5년전에는 가족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렸다. A는 원래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6년전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당시 건강보험에 피부양자 자격취득이 가능한지 확인한 결과 가능하다고 듣고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 보험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A가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담당직원은 전화를 걸어 A가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은 착오였다고 하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켰다. A는 이와 같은 건강보험공단의 판단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는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화하는 행위’라고 하면서 ‘동성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고,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동성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없이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9대 4의 의견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4.7.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그동안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던 동성부부에 대하여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에 대하여 처음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전국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되었지만 수리되지 않은 동성간 혼인신고는 33건이라고 한다. 현재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아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신문보도에 따르면 한 동성여성부부가 2019년 미국에서 동성부부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 입국하여 2023년 기증받은 정자로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낳았지만 동성 파트너는 아이의 법적인 부모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동성부부에 대한 혜택이 다른 사회보장제도로 확장될지 및 더 나아가 동성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하게 될지에 대하여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