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줄이려 위(胃) 잘라냈다고?”

드럼통 굴러가는 '병적 비만' 청년들 많아...다이어트로 안 될 땐 '비만대사수술'로

#1. 주식시장 전문 블로거 A씨(남, 38). 해외시장 분석하는 일이 잦아지며 수면이 늘 불규칙하다. 밤늦은 시각까지 원고 만지작거리며 야식 먹는 일도 많고, 운동 부족은 당연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폭식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키가 175cm인데, 그러다 보니 체중이 110kg을 넘어섰다. 신체 검사 해보니 고혈압에다 당뇨, 고지혈증까지 왔다. 허리 둘레도 105cm. 자면서는 코를 심하게 골고, 수면무호흡증이 온 지도 꽤 된다.

#2. 팀장급 회사원 B씨(여, 41)는 늦게 본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며 더 힘들어졌다. 퇴근하고도 집안일, 저녁 준비, 아이 학원 과제물까지 쉴 틈이 없다. 심신이 지칠 때마다 기분 전환한다고 치맥 등 배달음식 시켜먹는 횟수도 늘었다. 160cm 키에 체중이 벌써 85kg 왔다 갔다 한다. 다이어트도 여러 번 해봤으나, 성공했나 싶으면 요요현상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길 여러 번. 그 사이 고지혈증, 지방간이 생겼고, 체중 때문인지 무릎도 시큰거린다. 오늘 재보니 허리 둘레가 95cm나 된다. 한때 콜라병 허리라며 사람들 눈길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성들이 거울 보며 “왜 이렇게 살이 쪘나 몰라. 나, 다시 다이어트해야 할까봐”라 얘기하는 건 이제 일상사가 됐다. 세상도 비만(obesity)을 병(病)이라 부추기는 시대다.

"비만은 병(病)"...그러면 어느 정도 돼야 '병적 비만'일까?

하지만 진짜 '질병 상태'라 부르려면 그 이상이어야 한다. 최소한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에다 허리 둘레가 80cm(여), 90cm(남)는 넘는 정도. 평지를 그냥 걸어갈 때도 숨을 헐떡이는 수준이다. 이때부터가 동양인 기준으로 ‘고도 비만’(very severe) 상태다.

실제로 길거리를 가다 보면 어깨, 허리, 다리까지 드럼통 몸매의 '뚱뚱이'들이 정말 많아졌다. 걸어가는지, 굴러가는지 모를 정도. 특히 청년층에 더 많다.

의료계에서 ‘병적 비만’(Morbid Obesity)이라 부르는, 그 어감이 딱 맞는 정도다. “반드시 고쳐야 하는”, “치료받아야 하는” 병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질병코드’도 있는 정식 질병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30대 블로거 A씨도, 40대 회사원 B씨도 ‘병적 비만’ 환자다. 웬만한 다이어트로는 정상 체중을 회복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고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까지 벌써 왔다는 사실.

이런저런 대사증후군까지 생겨버린 ‘병적 비만’ 환자들을 고치는 외과적 치료법이 바로 비만 대사수술.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해동안 병적비만으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사람만 총 2400명에 이른다. 20~30대가 60.9%나 됐다. 전체 평균연령이 36.7세.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많았다. 많은 이들이 고혈압(40.2%), 이상지질혈증(36.0%), 제2형 당뇨병(30.2%)도 함께 갖고 있었다.

'병적 비만'...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많고, 대사증후군 질병들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KSMBS)는 비만대사수술(Metabolic and Bariatric Surgery)에 대해 “비만 환자에서 약물 치료 같은 비(非)수술적 방법이 실패했을 때 시행하는 거의 유일하게 증명된 치료 방법”이라 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아주 높기 때문.

하지만 이 수술이 특별한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KSMBS 학회는 “비만과 연관된 대사질환(특히, 제2형 당뇨)도 함께 치료되며 생존율이 증가한다”고도 했다. 우리 몸의 대사 작용을 변화시켜 다양한 만성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있어서다. “체중 줄이려 위에 밴드 묶고, 위를 잘라낸다고?”라며 타박만 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도 국민 건강에 꼭 필요하다 해서 2019년부턴 건강보험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체질량지수 35kg/㎡이상이거나 ▲30kg/㎡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동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체질량지수 27.5 kg/㎡ 이상이면서 내과적 치료,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이를 치료할 목적으로 수술하면 건강보험으로 수술비를 지원한다는 얘기다.

사실 비만대사수술에 여러수술법이 있으나 최근 10년 정도 사이에 위소매절제술(sleeve gastrectomy)로 거의 천하통일됐다. 한때 위밴드삽입술(AGB)도 많이 받았으나, 지금은 위절제술이 77%(2022)로 압도적.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비슷하다.

위소매절제술(sleeve gastrectomy), 비만대사수술의 77% 넘어 대세로

부산 웰니스병원 김지헌 원장은 29일 “D자형으로 생긴 위의 대만곡을 옷 소매 자르듯 세로로 절제해 I자형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마치 길쭉한 바나나 모양처럼 위를 작게 만든다”고 했다. 위의 용적이 크게 줄면서 음식 섭취량도 함께 줄어든다. 평소에 아주 적게 먹는 여성의 한 끼 정도. 평소 먹던 양의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또 위의 기저부에서 분비되는 식탐호르몬(그렐린, Ghrelin) 농도를 낮추고, 그 덕분에 식욕 감퇴와 조기 포만감을 불러온다. 체중 감량과 함께 대사작용을 조절하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여기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대사’(代射, metabolic)수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하다.

김지헌 원장은 '위소매절제술'로 병적 비만 환자를 치료한다. [사진=부산 웰니스병원]
김 원장은 “비만대사수술, 특히 위소매절제술은 장기적인 효과도 기대 이상”이라 했다. 지난 2020년 폴란드에서 65명의 비만대사수술 환자를 10년 정도 추적 관찰을 해봤다. 체질량지수가 47~52kg/㎡에 이르렀던 ‘병적 비만’ 환자들의 BMI가 10년 후에까지 33~35kg/㎡ 수준으로 잘 유지됐다. 관리만 잘 한다면,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체중 줄이면서 고혈압 당뇨 치료도 한꺼번에...프로토콜 따르면 요요현상도 없어 

그는 특히 “위소매절제술은 초과 체중의 50∼70%를 감량할 수 있다”면서 “수술 후 위 내시경도 가능한 만큼 위암 발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래저래 장점이 많다”했다. 수술 후 평균 3~5일 정도면 퇴원한다. 2주 이내에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가능하다. 합병증 발병률은 5% 이하(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다.

이에 비만대사수술법은 최근 체중 감량 효과를 뛰어넘어 당뇨병 개선,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등 장기적인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개별 환자들 특성에 맞춰 수술 방법이나 관 리 계획을 개인화하는, ‘개인 맞춤형 수술’ 흐름까지 있다.

다만, 수술 후 관리 이슈는 여전히 남는다.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은 위산 역류나 구토. 위가 작아졌는데, 식사를 한꺼번에 많이 하면 탈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술 후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고단백 위주의 식단과 적절한 운동으로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런 때문.

웰니스병원 김지헌 원장은 “장기적인 추적 연구 결과,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 후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체중이 잘 유지되고, 만성 질환 발생 위험이 낮았다”면서 “어떤 의미에선 단순한 체중 감량 수술을 넘어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수술”이라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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