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건강, 내 손안에 있소이다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최고의 건강, 내 손안에 있소이다
[사진= 도서 나와 가족을 위한 휴먼영양학]
머나먼 원시시대로 돌아가보자. 먹을거리가 지금처럼 풍부했을까? 언제 어디서나 먹고 싶은 대로 양껏 먹을 수 있었을까?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500만 년 전이고, 그 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정착생활을 하기까지는 들과 산에서 풀과 열매를 채취하고 들짐승을 사냥해서 먹었다. 풀과 열매는 그럭저럭 풍족하게 채취했을지라도, 매번 만족할 만큼 들짐승을 사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먹을거리가 지금처럼 넉넉하지 않았다.

따라서 풀, 열매, 고기를 고르게 나눠 먹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어떻게 나눠 먹어야 불만이 적었을까? 먹을거리를 나누려면 무게나 부피를 재야 하는데, 그 멀고 먼 옛날에 저울이나 계량컵이 있었을리 없다. 따라서 불평, 불만 없이 공평하게 나눠 먹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나누는 일이 어렵다고 대충 했다가는 불만이 쌓일 테니 족장 처지에선 절묘한 수단을 찾아야만 했다. 되는 대로 나눠줬다가는 족장의 체면을 구기고 지위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요즘이라면 탄핵으로 쫓겨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다행히 족장은 풀, 열매, 고기를 지혜롭게 분배했기 때문에 불만을 사지 않았다. 풀과 열매는 두 손(손가락 부위 포함)에 가득 담아줬다. 그리고 양이 많지 않은 들짐승 고기는 한 손을 펴게 하고 손바닥(손가락 부위 제외) 크기와 두께만큼 나눠줬다. 덩치에 따라 먹을거리의 양도 달라야 하는데, 그릇으로 사용했던 손의 크기를 기준으로 활용하는 탁월한 배급이었다.

그러다가 1만 년 전부터 정착생활을 시작해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먹을거리에 변화가 찾아왔다. 농사를 지어 풀이 아닌 곡식을 추가로 얻었고, 어렵고 위험한 들짐승 사냥 대신에 키우는 가축으로부터 손쉽게 먹을거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엉성한 농사기술로 수확한 곡식이 많지 않아 많은 양을 나눠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풀, 열매, 곡식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풀과 열매만을 원하면 두 손 가득 담아줬고, 곡식만을 원하면 두 움큼만 집어야 했다. 풀, 열매, 곡식을 모두 원하면 풀과 열매를 한 손에 담아주고, 곡식은 한 움큼만 집어야 했다. 곡식을 집을 때는 손가락 사이로 곡식 알갱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 쥐어야 하므로, 손에 쥔 곡식의 양은 많지 않았다. 오늘날 영양학과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듯이, 곡류 식품을 덜 먹어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권고 사항에 잘 어울리는 배급이었다. 고기는 예전처럼 손바닥 크기와 두께만큼 나눠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편 들짐승이 원시인의 먹을거리였지만, 남자들은 불행하게도 사냥하다 들짐승의 먹이가 되기도 했다. 또 사냥하다 다친 상처가 덧나서 죽기도 했을 테니, 남자들은 수명이 짧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생식능력이 갖춰지는 나이를 넘어, 생존에 성공해야 자식을 낳고 종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원시 조상 중에서 탄수화물 식품(풀, 열매, 곡식)과 단백질 식품(들짐승이나 가축의 고기)의 양과 상호 비율을 몸과 마음을 운영·관리하는 체제(아이카사노이드 시스템)에 맞췄기에, 대를 이어가며 살아남은 후손이 바로 오늘날의 우리다. 따라서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의학의 발달 덕분에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는 원시인 족장의 먹을거리 배급 방식을 식생활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손 대신 접시를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손바닥만큼 담으려면 손 크기에 따라 지름 8~10인치 접시면 적당하다. 따라서 접시를 세 개 마련해서, 끼니마다 두 접시에는 탄수화물 식품으로 채소와 과일을 담고, 나머지 한 접시에는 단백질 식품을 담는다. 단백질 식품으로 1) 육류를 선택하면, 남자는 4온스(약 120g), 여자는 3온스(약 90g), 2) 두부를 선택하면 육류의 3배로, 남자는 360g, 여자는 270g, 3) 생선을 선택하면 육류의 1.5배로 남자는 180g, 여자는 135g을 담으면 넉넉하다. 마지막으로 지방 식품은 단일불포화지방산(mono-unsaturated fatty acid)이 우세한 마카다미아, 아몬드 등 견과류와 올리브유 등을 선택해서, 지방 함량으로 남자 12g, 여자 9g이면 충분하다. 이처럼 원시 조상이 했던 대로 손을 이용한 눈대중 식사량으로도 최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외친다. 최고의 건강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장준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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