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약 ‘벤토린네뷸’ 또 품절...소아 천식 환자들 비상
평소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열두 살 딸이 갑자기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호흡곤란으로 괴로워해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급성천식에 의한 발작.
아이는 급성천식이나 만성 기관지 경련 처치제인 ‘살부톨’을 처방받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약값이 비쌌다. 이전엔 아이에게 직접 흡입시키던 ‘벤토린네뷸’이었는데, 이번 약은 달랐다.
병원에선 “벤토린네뷸 공장 이전으로 내년 4월까지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돼서 대체약을 처방했다”고 했다. 급여대상자인 A씨는 딸의 비(非)급여 약값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말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어 제약사 공급중단에 따라 수급 불안이 예측되는 기관지 확장제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급성천식이나 만성 기관지 경련 처치제로 사용되는 벤토린네뷸 수입사 (주)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지난 6월 초, “제조소 변경 등으로 오는 8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일시적으로 해당 의약품 공급이 부족할 것”을 보건당국에 보고했기 때문.
이에 따라 전국 의료기관에서는 이 기간 벤토린흡입액이나 살부톨을 대체약으로 처방하고 있으나,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 사용법이 까다로워 사용하기 어려워하거나, ‘비급여’여서 진료비 부담만 가중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살부톨은 벤토린네뷸과 같은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비급여’여서 개당 2,500원. 벤토린네뷸(개당 186원)의 10배나 비싸다.
또 벤토린흡입액은 급여 항목이어서 가격은 비슷하나, 용량이 20㎖짜리여서 실제로 사용하려면 소아·청소년인 경우엔 소량씩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 나이에 따라 회당 0.3~1㎖씩. 과다 사용할 경우, 환자를 응급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
온종합병원 송정윤 과장(소아청소년과)은 16일 “벤토린흡입제는 소량으로 흡입해야 하며, 약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집에서 자가로 사용하도록 처방하는 건 위험하다”면서 “입원환자의 경우 진료비용 등을 고려해 드물게 벤토린흡입액을 처방할 뿐, 외래처방은 피한다” 했다.
이에 병원마다 대체약으로 살부톨을 주로 처방하긴 하지만, 보호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알레르기 천식으로 응급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B 씨(40)는 “벤토린네뷸 공급중단이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라면서 “이번 기회에 차라리 안전한 살부톨도 건강보험 급여에 편입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