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등어·꽃게에 납 넣어 수출했다 ‘딱’ 걸렸는데…
[유승흠의 대한민국의료실록] (40)납 꽃게 사건과 식품위생
1999년에 국무조정실 정책평가위원회에 4개 분과(경제1, 경제2, 국방외교, 사회문화)가 있었는데 필자는 사회문화위원회 간사위원으로 위촉돼 2001년 4월까지 근무했다. 분과별로 1년에 2건 정도 특별프로그램을 준비해 토의했다.
1990년대에 중국산 식품의 수입이 늘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쌓이자 사회문화위는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분과 위원들이 모두 적극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식품의약품안정청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1명씩 파견받아 이 문제를 검토, 분석했다. 마침 인천세관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고등어 아가미에서 납을 발견했고 필자는 이를 확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총리에게 예방대책을 보고하며 구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일이 확정돼 기다리던 2000년 8월 인천세관에서 납덩어리가 들어있는 꽃게들이 대량 적발됐다. 언론을 도배하며 온국민이 수산물에 대해 우려했고 유통업자가 검찰에 구속된 ‘납 꽃게 사건’이었다.
만약 분과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지 않았다면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정부는 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500억원을 긴급 투입, 식약청의 인력과 장비 등을 보강하고 전국 세관에서 수입 식품의 안전을 챙기게 됐다.
1990년대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국제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일, 한-중, 한-러 관계가 활발해졌다. 필자는 의협 학술이사로서 국제 업무를 겸직하게 됐다. 의협 회장과 임원들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의사협회를 방문하여 관계를 챙겼다.
또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CMAAO)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졌으며, 필자가 CMAAO의 임기 3년 부회장과 부의장을 잇따라 맡게 됐다.
재미한인의사회와도 활발히 교류했다. 재미한인의사회는 매년 12월 말에 학술대회 및 총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1995년 유성희 의협회장을 모시고 미국 팜스프링 라퀸타에서 열린 ‘광복50주년 기념 재미한인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특강요청을 받아 1885년 선교사 알렌이 제중원을 설립한 뒤 그때까지 의료 발전과 광복 후 한국 의료50년의 흐름을 설명했다.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의술을 펼치던 참가자들의 질문도 상당했다.
이듬 해에도 플로리다의 템파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 재미 한인 의사들에게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현황, 수준 및 특성을 알리고 미래의 발전 방향에 관한 특강을 해 호평을 받았다.
1992년 대한민국과 중국이 수교했다. 5년 뒤인 1997년 7월 중국 베이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중화의학회가 공동으로 ‘한중수교 5주년 기념 한중의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는 28개 학회에서 547명이 참가했고, 중국은 37개 학회에서 12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대성황이었다.
서울대 의대 김광우 교수와 함께 의사협회 학술이사 업무를 수행했다. 전문의고시를 담당했던 김 교수가 구로구 항동에 있는 유한대에서 시험을 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서초구에 있는 고교에서 시험을 치렀는데, 시설이 여러 모로 불편하고 주차장도 좁았다. 전공의들이 겨울의 추운 날씨에 덜덜덜 떨면서 시험을 쳐야 했다. 이에 비해 유일한 유한양행 설립자의 교육이념에 따라 설립된 유한대와 유한공고는 주차장이 널찍하고 교실도 산뜻했다.
1995년 필자가 유한학원에 의견을 전달해 유한대를 시험장으로 무료 사용토록 했다. 당시로선 화제가 될 만큼 난방이 잘 됐고, 화장실도 깨끗해 수험생과 전문의 시험 담당자 모두 좋아했다.
기억되어야할 좋은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