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우리들 뼈 더 강하게 만든다고?”
[송무호의 비건뉴스] 골다공증, 약 없이 치료하는 방법③
고기가 뼈를 튼튼하게 만들 거라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고기를 먹을수록 뼈는 더 약해진다. 반대로 채식은 뼈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
과일·채소 섭취가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이유는 산-알칼리 균형도 중요하지만, 과일·채소에 풍부히 들어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각종 미세 영양소의 역할도 크다 [1]. 거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칼슘과 비타민D뿐만 아니라 칼륨, 마그네슘, 인, 비타민C와 비타민K도 중요하다 [2, 3].
미네랄은 생체 내 합성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음식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특히 칼슘은 뼈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미네랄로 비타민D에 의해 흡수가 촉진된다.
그런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나 비타민D를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4]. 칼슘은 식물성 식품에서, 비타민D는 햇볕에서 얻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을 많이 먹는다고 골밀도가 증가하거나 골절 예방이 되지는 않는다 [5, 6, 7, 8].
칼륨(K, 독일어:kalium, 영어:potassium)은 채소·과일에 풍부히 들어있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미네랄로 산-알칼리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는 걸 억제한다 [9, 10].
칼륨이 칼슘 배출을 방지한다는 산-알칼리 균형 이론에 논쟁(controversy)은 있지만, 칼륨을 보충제로 먹지 말고, 칼륨이 많이 든 채소·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뼈 건강에 좋다는 건 분명하다 [11].
마그네슘(Mg)은 우리 몸에서 4번째로 풍부한 미네랄이다. 칼슘은 근육 수축에 필요하고, 마그네슘은 근육 이완 및 신경 진정 효과가 있어 긴장 완화제 역할을 한다.
마그네슘의 약 60%는 뼈에 들어있고 나머지는 근육, 연부조직, 혈액에 있으며 수백 가지 다양한 기능을 한다. 그래서 마그네슘은 칼슘과 더불어 뼈를 튼튼하게 하고, 마그네슘 부족은 파골세포 활동을 증가시켜 뼈를 약하게 한다 [12, 13, 14].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연구(2023년 2월)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남녀 2만8천 명의 약 절반이 마그네슘 섭취 부족 상태라 한다 [15]. 그 이유는 채소·과일 소비 감소와 가공식품 소비 증가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한국인의 식습관이 곡물·채소 위주인 전통적인 식습관에서 고기·우유·계란 위주인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6]. 그런데, 육식을 즐기는 미국인 역시 인구의 절반은 마그네슘 결핍 상태다 [17].
마그네슘, 어떤 식품에 많이 들어있을까?
식물의 잎에서 광합성 하는 핵심 기관, 엽록소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 바로 마그네슘이다. 따라서 모든 식물에는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있다. 녹색 잎채소가 쓴맛이 나는 것은 마그네슘 때문이다.
그래서 채식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하지만, 육식에는 마그네슘이 부족해지기 쉽다. 요즘 마그네슘 보충제가 잘 팔리는 이유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흔히 먹는 식품 100g당 포함된 마그네슘 함량을 찾아보았다 [18]. 동물성 식품; 우유 10mg, 계란 12mg, 돼지고기(삼겹살) 14mg, 소고기(등심) 17mg, 고등어&조기 27mg.
식물성 식품; 백미 30mg, 바나나 32mg, 미나리 40mg, 열무 46mg, 미역 54mg, 케일 62mg, 시금치 77mg, 고춧잎 107mg, 현미 123mg, 호박잎 126mg, 호두 129mg, 표고버섯 132mg, 양송이버섯 144mg, 깻잎 151mg, 땅콩 182mg, 서리태 225mg, 들깨 254mg, 콩(대두) 256mg, 쑥 260mg, 캐슈너트 273mg, 해바라기 씨 312mg, 아몬드 322mg, 김 350mg, 브라질너트 376mg, 참깨 383mg, 아마 씨 410mg, 호박씨 503mg, 파래 3200mg.
위와 같이 식물성 식품의 마그네슘 함량은 동물성 식품보다 훨씬 높다. 특히 현미, 녹색 잎채소, 콩, 견과류에 많다. 흔히 먹는 백미보다 현미에 4배나 더 많이 들어있어 마그네슘 결핍을 걱정하시는 분은 보충제 구매보다는 현미밥을 우선 권한다. 마그네슘의 하루 권장량은 4~6mg/kg/day다 [19].
비타민(vitamin)은 라틴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vita’와 화합물을 뜻하는 ‘amine’의 합성어로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비타민 대부분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 수 없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특히 비타민C는 뼈, 근육, 피부와 같은 결합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합성을 촉진한다. 비타민C가 부족하면 콜라겐 합성이 저하되어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괴혈병에 걸릴 수 있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뼈 합성에도 문제가 생겨 골다공증이 생긴다 [20]. 충분한 비타민C 보충은 골다공증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21, 22].
비타민C는 고기·생선·우유·계란 등 육식에는 들어있지 않고, 과일과 채소에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육식인은 비타민C 결핍이 생기기 쉽고, 채식인은 비타민C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타민C는 밀감, 오렌지, 토마토, 딸기, 피망, 키위, 연근,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고추, 양배추에 풍부히 들어있다.
비타민C는 또한, '수용성' 비타민이다. 수용성이란 물에 잘 녹는다고 말이고, 지용성이란 기름에 잘 녹는다는 말이다. 수용성 비타민은 열에 약하기에 요리하지 말고 자연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이 좋고, 하루 필요량 이상 섭취분은 소변으로 배출되어 몸에 축적이 안 된다. 신선한 과일·채소를 매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지용성인 비타민D는 열에 강하여 요리해도 손실이 별로 없다. 비타민D를 햇볕이 아닌 주사제나 보충제 등으로 과량 섭취한 경우에는 몸속, 특히 지방에 축적되고 장에서 칼슘 흡수가 너무 많아져 고칼슘혈증, 연부조직 석회화, 신장결석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23].
그 외 칼슘과 결합해서 인산칼슘(calcium phosphate) 형태로 뼈에 단단함을 주는 무기질 인(phosphorus)과 장에서 흡수된 칼슘이 뼈에 잘 침착되도록 도와주는 비타민K도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둘 다 각종 식품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특히 비타민K는 인체 내에서도 생산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부족증이 잘 생기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24].
중년 여성들은 골다공증 걱정이 많다
하지만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뼈를 약하게 하는 육식을 줄이고, 뼈를 강하게 하는 채식을 늘리면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연구에서 채식은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이미 나와 있다 [25, 26, 27, 28, 29, 30, 31].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도 채식은 뼈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서울대 연구에서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 군에서 척추와 고관절(엉덩이뼈)의 골밀도가 높게 나왔고, 중앙대 연구에서도 채식 위주 식습관은 골밀도를 높였다 [32, 33].
그렇다면 과일과 채소를 얼마나 먹어야 할까? 스웨덴에서 7만5천 명 성인을 14년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과일이나 채소 5회 분량(*1회 분량이란 테니스공 크기) 정도를 먹는 분은, 별로 안 먹는 분에 비해 고관절 골절이 88%나 감소했다 [34].
하지만 하루 1회 분량의 과일이나 채소만 먹어도 골절 빈도를 낮출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자주 챙겨 먹는 게 좋다 [35]. 매일 먹는 과일과 채소가 당신의 뼈를 튼튼하게 한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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