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훈련처럼...내 몸 방어위해 쉼 없이 훈련하는 면역시스템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적 기능 중 하나는 적(敵)의 침공을 물리치는 국방이다. 적의 침공이 시작된 후에 국방 기능을 준비한다면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적의 침공이라는 상황을 상정해 늘 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매일 매시간, 아니 일분 일초도 대비 태세를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신체도 마찬가지다. 외세의 침략이 없어도 평소에 군인을 소집해서 훈련해야 하듯이, 내 몸을 지키는 군대에 해당하는 면역시스템도 외부 세균 등의 침입에 대비해 세균 침입이 없어도 평소에 훈련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감기에 걸린 다음에 면역시스템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준비를 한다면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군대에는 전투를 수행하는 보병과 다친 병사를 응급조치하는 의무병, 끊어진 교량과 도로를 복구하는 공병도 있다. 평소 적의 침공에 대비해 보병이 다양한 군사훈련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때 의무병과 공병이 사고 뒤처리를 담당하게 된다.

내 몸에서 치르는 면역시스템 훈련도 다르지 않다. 내 몸에도 세균과 전투를 벌이는 염증 진행 담당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와, 세균과 전투로 발생한 염증 흔적을 말끔하게 치우고 회복을 담당하는 레졸빈(resolvin)이 있다. 아이카사노이드는 오메가-6 필수 지방산으로부터 합성하고, 레졸빈은 오메가-3 필수 지방산으로부터 합성한다. 다시 말해,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을 반드시 먹어야 내 몸을 지키는 면역시스템에서 활약하는 두 병사, 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을 합성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염증 진행을 담당하는 아이카사노이드에 비해 염증 회복을 담당하는 레졸빈을 적게 합성하면, 염증을 진행하고는 회복하지 못해 군대 내 사고처럼 내 몸에 염증 흔적을 남기고 만다. 세균,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염증 유발 요인이나 자외선 등의 외부 자극이 없어도 훈련처럼 치르는 염증반응이 회복하지 못하고 흔적을 남길 때 붓고, 따끈해지고, 붉은색을 띠고, 아픈, 염증의 4대 증상 중 아픈 증상을 느끼지 못해 아프다고 소리칠(screaming) 정도가 아니라는 뜻에서 '침묵(silent)의 염증'이라고 부른다.

염증 진행을 담당하는 아이카사노이드 중에는 염증을 더 많이 일으키는 아이카사노이드와 염증을 덜 일으키는 아이카사노이드, 두 그룹이 있다. 이 둘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합성하느냐를 결정할 때, 탄수화물 섭취에 반응해서 분비하는 인슐린(insulin)과 단백질 섭취에 반응해서 분비하는 글루카곤(glucagon), 그리고 EPA가 관여한다. 따라서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양과 균형을 제대로 맞춰 먹어야 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의 비율도 잘 맞아 염증의 흔적에 해당하는 침묵의 염증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침묵의 염증이 반복하고 지속하면 혈관 벽의 기능에 장애가 생겨 간에서 포도당을 실어 내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늘 허기를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방을 지방조직에서 꺼내려 해도 지방을 꺼내주지 않아 기력이 떨어지고 비만에 빠져들고 만다. 게다가 침묵의 염증은 당뇨병, 암, 알츠하이머병으로도 악화하는 등 만성질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몰아넣고야 만다. 마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옛말처럼 침묵의 염증을 반복하다 보면 만성질환에 걸리게 된다.

매일 하루에도 서너 차례 먹는 식사와 간식의 식품 구성에서 3대 영양소의 양과 균형을 잃으면 침묵의 염증이라는 가랑비가 내려, 몸이 흠뻑 젖고 무거워져 만성질환과 노화를 재촉한다. 나도 모르게, 어쩌면 초기에는 의사도 모른 채, 병 들어가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달고 고소한 음식을 먹는 재미에 빠져, 식사량은 물론 탄수화물과 지방이 제법 많은 식단을 즐기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장준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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