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스마트병원, 부울경에 새바람 일으킬 것”
14일 명지부민병원 기공한 (의)인당의료재단 정흥태 이사장
부민병원은 부산권 여러 병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관절, 척추 전문병원이다. 1985년 지금의 부산부민병원 자리에서 ‘정흥태정형외과’로 출발했으니 역사도 벌써 40년이 다 되어간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제1기부터 현재의 제5기까지 ‘전문병원’ 지정제도를 시행하면서 부민병원을 줄곧 ‘관절 전문병원’으로 계속 지정해온 것도 그런 때문. 전문성이 크면서도 어려운 수술을 잘 하는 병원이란 뜻이다.
부민병원을 운영하는 (의)인당의료재단(이사장 정흥태)이 부산 명지국제업무지구(강서구 명지동)에 또 하나의 병원을 세운다. 명지오션시티 한가운데에 350병상 규모로 들어선다. (코메디닷컴 05월 14일 “관절 척추 명가 부민병원, 부산 명지오션시티에 350병상 종합병원 세운다” 참고)
부산부민병원(북구 덕천동), 해운대부민병원(해운대구 중동)에 이어 세 번째 종합병원. 부산 구포 재활병원과 서울 부민병원(강서구 등촌동)까지 합하면 다섯 번째다.
14일 열린 기공식에서 정흥태 이사장은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치유, 문화체험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복합 메디컬 공간으로 꾸미겠다”고 했다.
기공식 이전부터도 “우리나라 병원 역사에 기념할 만한 특별한 모델을 만들겠다”라며 “최첨단 스마트병원으로 부울경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했었다. 그에게 명지부민병원은 어떤 병원이 될 것인지 물었다.
예약부터 진료, 결제, 퇴원, 보험청구까지 전 과정 휴대폰 하나로
명지부민병원이 지향하는 것은 서부산권과 경남 일원을 묶는 ‘권역 거점병원’. 인근 경남 창원(진해), 김해, 거제 환자들까지 커버(cover)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특징적인 차별화 요소가 한두 가지 아니다. 정 이사장은 우선 이것부터 얘기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가 휴대폰 하나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게 하겠습니다. 예약부터 주차, 진료, 퇴원, 결제, 후속 조치까지 전 과정을 모두 IT와 연결한 최첨단 스마트병원으로 갈 겁니다. 실손보험 청구도 바로 되고요.”
부울경 의료서비스산업에 새로운 이정표 하나를 던져놓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서울 부민병원에서 10여 년 이상 갈고닦아온 스마트병원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여기에다 제대로 구현해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들 정훈재 미래의료연구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 개발하고 또 다듬어온 것이기도 하다.
서울 부민병원의 첨단재생의료 기술, 임상시험센터와도 연계한다. 대학병원급 첨단 의료기술들이 대거 새로 들어설 병원에 접목되는 것이다.
관절 척추 전문성에다 고령층 복합질환까지...초고령사회 필수 의료
또 하나는 고령층 복합질환에 대한 치료 능력. 초(超)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해버린 부산과 경남지역 병원이 갖춰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분야의 하나다.
“당뇨 있는 환자가 나이가 들면 고혈압도, 심장과 신장 질환도, 치매도 함께 오지 않던가요? 노령층 환자에겐 한 가지 병만 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한 환자를 두고도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머리 맞대고 의논하고 파트별로 협진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거죠.”
부산부민병원과 해운대부민병원이 척추 관절 분야에만 안주하지 않고 암 치료를 비롯해 심뇌혈관 질환, 내분비 순환기 호흡기 질환 분야를 대폭 강화해나가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 시대적, 지역적 요구가 거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기서 얻은 서비스 노하우와 의료진 역량을 명지부민병원에서도 구현한다. 병원 경영 측면에선 북부산권(부산부민)-동부산권(해운대부민)-서부산권(명지부민), 그래서 부산권 전체에 ‘거점 종합병원’ 3각 편대를 포진시키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명지는 우리나라의 핵심 물류가 다 모이는 곳. 김해공항에다 가덕신공항, 세계 5대 무역항인 부산신항도 있다. 거기다 여러 고속도로와 철도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가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를 잇는 관문이라 할 만한데, 명지부민병원은 그런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는 국제의료 첨단기지로도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정형외과 세계 1위로 평가 받는 미국 뉴욕주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와 아시아 처음으로 제휴(global alliance)를 맺어 수년간 교류를 이어온 것도 또 하나의 기반.
미국 HSS와 글로벌 제휴...서부산권 유력 '거점 종합병원'으로
하지만 그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명지부민병원이 들어설 서부산권은 여러 상급종합병원, 대형 종합병원들과 시장이 겹친다.
“지금의 의료대란에서 보듯 대학병원들이 싼 임금의 전공의들에 의존해 운영하는 방식이 더는 계속 가기가 어렵지 않겠어요?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이번 사태로 1차~2차~3차 병·의원이 각각의 역할을 하는 의료전달체계가 복원 조짐을 보이잖아요. 대학병원들도 이젠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야죠. 어려운 중증질환 치료와 의대생 교육, 연구개발 등에 집중하는 거죠.”
그러면 동네 1차 병·의원은 감당할 수 없고, 광역 상급종합병원보다는 더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준(準) 중증질환과 복합질환들에 강점 있는 권역별 2차 종합병원들이 제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
“명지부민병원이 2027년 초 준공할 예정인데, 그때가 되면 가벼운 증상 환자들까지 무턱대고 대학병원 응급실부터 찾아가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저희가 더 잘 할 수 있거든요. 환자들도 차츰 ‘이 병원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병원이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고….”
그는 이어 “병원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환자들로선 오가는 동선이 긴 것을 비롯해 오히려 불편한 점도 많다.
“제가 40년 병원 경영을 하면서 보니, 지금은 350병상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아요. 환자들은 불편을 느끼지 않고, 병원으로선 새로운 흐름에 맞춰 빠르고 민첩하게 변화, 혁신하기에 적당하니 말입니다. 제 나이 벌써 70을 넘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죠.”
정 이사장은 그러면서 병원 터를 장만한 것으로 치면 거의 20 년만에, 명지오션시티가 제 모습을 갖춘 것으로 치면 15 년만에 공사를 시작한 데 대해선 조금 미안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인 경기 하락에다 건축비 급상승 탓에 공사를 시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서부산권 주민들이 앞으로 더는 먼 곳으로 병원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고급 의료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불편한데도, 그동안 오래 참아주셨잖아요? 이제 저희가 보답할 차례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