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존폐 위기…특단의 정부 지원책 시급"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신임 회장, 건보 청구액 선지급 등 요구
상급종합병원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상황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조만간 임직원 급여조차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9일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위기는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의 위기"라며 "현재의 상황은 상급종합병원의 존폐가 불투명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로 보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단계"라며 "특단의 정부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 회장이 요청한 지원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누적한 병원 적자와 운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근본적인 의료구조 개혁이다. 운영난 해소를 위해선 건강보험 청구액 선지급, 학교법인 기채(담보대출) 승인 등의 방안을 요청했다. 의료구조 개혁과 관련해선 '중·장·단기 계획을 포함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위기의 실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내외부의 다양한 전문가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한 정부, 의료계, 학계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화의 장도 조성할 예정이다.
한승범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연구와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의료 기술의 선진화와 글로벌 의료 커뮤니티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 병원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및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상급종합병원협의회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난치, 급성기 질환 등 치료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 의료기관이다. 또한, 의학 발전을 위해 환자 진료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교육)과 전문 의학 연구 역할도 담당한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소위 말하는 '빅5 병원'이 대표적인 상급종합병원이다.
의정갈등 상황에서 전공의 사직과 진료전달체계 정상화 방침 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와 수술이 줄어들면서 하루 수 억에서 10억원대의 적자가 누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월 후순부터 비상진료체계를 시행하며 월 1882억원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 중이지만, 사태 장기화로 각 병원에선 누적 적자가 임계점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빅5 병원 모두가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선 의사를 제외한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최근 경희의료원에선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6월부터 임직원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