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 설거지는 내 차례야”... 중년 남편의 가사 분담은?
[김용의 헬스앤]
30대 부부 44.1% vs 60대 부부 18.8% ...
중년의 남편들은 여전히 가사 분담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맞벌이가 대세인 젊은 부부일수록 가사를 동등하게 분담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사노동에서도 세대차가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 2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작년 6~7월)한 결과, 중년 부부의 가사 분담 비율은 20%대에 머물렀지만, 30대 부부는 44.1%로 2배 이상이었다. 특히 30세 미만 부부의 경우 56.4%에 달했다.
중년-노년 부부의 나이별 가사분담 비율은 40대 25.7%, 50대 20.2%, 60대 18.8%, 70세 이상 18.6% 순이었다. 전 연령대를 살펴보면 가사노동(식사준비, 설거지, 청소 등)을 아내가 한다는 비율이 73.3%로 직전 조사 연도인 2020년(70.5%) 대비 2.8%포인트(p) 증가했다.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하는 비율은 25.3%, 남편이 한다는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특히 12세 미만 자녀의 식사, 취침, 외출준비 등을 주로 아내 또는 대체로 아내가 한다는 비율이 78.3%로 크게 높았다. 젊은 남편이 가사 분담을 하더라도 자녀 돌봄은 아내의 몫인 경우가 많았다. 학교·보육 시설 등 행사 참여(71.1%), 교육 시설 정보 습득(69.8%)도 아내의 역할이 컸고 숙제·공부 봐주기(61.3%)는 남편의 참여가 조금 높았다. 아이 돌봄은 다른 가사보다 스트레스가 매우 높아 맞벌이 여성의 경우 고충이 더욱 심하다. 최근 심각해진 저출산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여성의 삶 만족도... 40대 68.4% vs 60세 이상 51.0%
여성가족부의 ‘삶에 대한 만족도’ 조사(2020년)를 보면 50~60대 중년 여성들은 30~40대에 비해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30대 여성의 만족도가 67.2%, 40대는 68.4%였지만 50대에 63.9%로 떨어지면서 60세 이상 여성의 만족도는 절반(51.0%)을 겨우 넘었다. 이는 부부의 가사 분담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0~70대 부부의 가사 분담 비율은 18%에 머물고 있어 여성의 부담이 매우 크다.
60~70대 부부의 경우 남편이 대부분 퇴직해서 시간 여유가 있는 데도 가사 분담 비율이 매우 낮았다. 게다가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남편이 있으면 아내의 고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스트레스 인지율(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의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은퇴한 사람이 많은 남성 60대는 16.9%, 70세 이상은 9.3%로 스트레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여성은 60대 21.4%, 70세 이상 23.1%로 스트레스가 남성의 2~3배 수준이다.
가부장적인 남편+가사노동 전담... 이중고 겪는 중노년 여성들
중년-노년 여성 중에 ‘밥 하기’에 넌더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 들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매일 삼시세끼를 준비하고 설거지, 청소까지 도맡아 한다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늙어서도 평생 해온 ‘가사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은퇴 후 매일 소파에 누워 있는 남편의 잔소리까지 이어진다면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제 여유를 즐겨야 할 70세 이상 여성의 23.1%가 스트레스에 갇혀있는 것은 ‘가부장적인 남편+가사 노동’의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운동 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체력유지·향상을 위한 훌륭한 신체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가사는 ‘노동’이란 개념이 있지만 신체활동 뿐만 아니라 뇌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다양한 요리법을 새로 배우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편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보다 아내가 6년 더 오래 사는 것(기대수명 남 80.5세, 여 86.5세)은 부지런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직장 은퇴 후 여유로운 남편이 가사 분담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90세, 100세 시대인데 30년 이상을 아내에게만 의지할 것인가. 은퇴한 중년-노년 남편들도 30세 미만 부부(가사 분담 56.4%)처럼 집안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내를 위하고 본인의 건강을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