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70년 된 산부인과도 “분만 중단”
정관일신기독병원 이어 화명일신기독병원도...부산은 이제 분만병원 25곳뿐
정부가 최근 분만 수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저출산 기조는 여전하다. 그 여파로 ‘산부인과 중점병원’들까지 속속 분만 진료를 중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낫다는 대도시 산부인과들까지 그렇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30일 부울경 의료계에 따르면 화명일신기독병원(부산시 북구)가 “오는 5월까지만 분만 진료를 한다”면서 외래 임산부들에게 이를 알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재)한·호기독교선교회(이사장 인명진) 소속 정관일신기독병원(부산시 기장군)이 최근 ‘분만 진료 중단’을 선언한 직후다.
일신기독병원은 1952년, 호주 출신 매켄지 선교사(산부인과 의사) 자매가 설립했다. 그때부터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자리 잡았고, 부산에만 4개 병원을 둔 네트워크병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한·호기독교선교회’는 “우리 병원은 산부인과와 소아과로 시작한 병원”이라며 “부산 시내 산부인과가 다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우리 병원이 맨 마지막에 문 닫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호언장담해왔다. 결국 70년 넘은 산부인과 전문병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두 손 들어버린 꼴이다.
이에 따라 부산엔 분만 가능한 병원은 25곳만 남게 됐다. 특히 아파트촌이 밀집한 수영구, 남구, 동래구에도 분만 병원은 각각 1곳씩뿐이다. 구도심이거나 서부산권 외곽인 중구, 영도구, 사상구, 강서구는 통틀어 1곳뿐.
합계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분만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부산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0.64명. 역대 최저치로 전국 평균(0.70명)에도 못 미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서도 서울(0.5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정부는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분만 수가를 대폭 인상했다. 우선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 원의 분만 수가를 추가 지원하기로 한 것. 여기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한 의료기관에는 ‘안전정책 수가’도 도입해 분만 건당 55만 원을 추가로 보상한다.
또 산모가 고령이거나 합병증이 있다면 ‘고(高)위험분만 가산율’을 30%에서 200%까지 확대하고, 분만실 내 의료진 상시 대기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응급분만 정책 수가 55만 원도 지원한다.
그에 따라 비록 지엽적 요소이긴 하나,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이번 분만 수가 인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태. 부산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분만 수가 인상이 상대적으로 여건 안 좋은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동안은 상대적으로 수가가 높은 ‘제왕 절개’ 수술로 버텨왔는데, 이젠 그조차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