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생 성형 할인”...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 있다
[유희은 의료소송 ABC]
지난 2017년. 한 여고생이 성형외과에서 코에 ‘필러’(filler, 일종의 성형 충전물) 주입술을 받았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다. 시술받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더니 나중엔 피부가 괴사하기 시작했다. 흉터가 남았다.
더 큰 문제는 눈에 왔다. 오른쪽 눈 신경에까지 탈이 나면서 겨우 17살짜리가 ‘실명’(失明)이라는 큰 장애까지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됐다.
이 사건은 법원으로 갔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과 그 피해의 정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는 것.
먼저 미성년자. 피해자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성년자에겐 필러 물질 사용을 금지한 것을 들었다. 필러 물질의 경우,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년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미성년자 보호는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사가 시술 주의사항을 더욱 엄격히 지켰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병원 측은 미성년자에 대한 필러 주입술이 개원가 임상현장에선 셀 수도 없게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 이전엔 코 필러 시술을 받은 미성년자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다음, 피해의 정도. 피해자 측은 시술받은 부위에 생긴 피부 괴사와 흉터 등 의사의 시술 잘못에 주목했다. 오른쪽 눈 실명에 대해선 그 잘못이 더 크다 했다.
어렵사리 1심 판결이 났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에야 2심 판결이 났다.
서울고등법원은 코 필러 주사를 맞고 우안 실명 등의 장해를 얻은 미성년자의 피해에 대하여 성형외과 의사에게 3억여 원을 배상하라 판결했다.
법원은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의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술을 행한 의사의 술기 잘못도 지적했다. 필러 시술을 할 때 안구의 기능 이상 발생 시 지체없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사인 피고가 피해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했다.
다만, 필러 주입술의 경위와 피고 병원 의료진 잘못의 내용과 정도 등의 사정을 반영하여 피고의 책임을 90%로 제한한 후, 3억 1600만 원과 그 이자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여기엔 원고, 피고 모두 승복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21나2050919 손해배상(의)].
여기서 몇 가지 추가로 짚어볼 것이 있다
지금,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상대로 한 성형 수술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이때 병원과 의사는 성형 수술이나 시술을 결정할 때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허가된 시술인지를 반드시 따져 보아야 한다. 보호자들도 마찬가지.
민법에 따르면 19세가 되어야 성년이다. 지난달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도 아직 19세가 되지 않았으면 ‘미성년자’다.
그리고 미성년자는 법정 대리인 즉. 부모의 동의 없이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부모의 수술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는 보톡스와 같은 간단한 시술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 신체에 침습을 가하는 것이고,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 계약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도 미성년자 성형 수술을 할 때는 부모가 함께 방문하여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때 가족관계 증명서와 보호자의 신분증을 반드시 확인하여, 미성년자인 환자의 부모가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모와 전화 통화를 했다든지, 공식적인 신분 확인 절차가 없었다면 비록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유효한’ 동의가 될 수 없음을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