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에 암치료법 적용했더니 놀라운 일이?
암치료법인 CAR-T요법 루푸스, 전신경화증, 중증 근무력증에도 효과
연구진은 루프스, 전신경화증, 특발성 염증성 근육염 등 세 종류의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15명에게 CAR-T 요법을 적용한 결과 최장 2년 이후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깝게 완화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AR-T 세포 요법이 언젠가는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불량 면역세포에 의해 촉진되는 자가면역질환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AR-T은 T세포라는 면역 세포를 활용한다. 치료 대상자에게서 T세포를 채취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라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한 다음 환자의 신체에 다시 주입한다. 이때 T세포는 또 다른 면역세포인 B세포가 만든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맞춤화된다. 이렇게 새로 주입된 CAR-T세포는 B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파괴한다. 이는 비정상적인 B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암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기능이다.
B세포는 때로는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 일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2019년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은 이러한 B세포를 인식하는 CAR-T 세포가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와 유사한 질환을 앓는 생쥐의 증상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에 에를랑겐대학병원의 연구진은 암 치료를 위한 자체 CAR-T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 류마티스 전문의가 ‘전신 홍반성 루푸스’를 앓고 있던 젊은 여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여성은 여러 장기가 망가져 가고 있었고, 의사들은 그녀가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젊은 여성은 자신에게 CAR-T 요법을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이면 몰라도 사람에게 바로 임상시험을 시도하는 것을 주저했다. CAR-T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수혜자는 먼저 기존의 많은 면역 세포를 죽이는 집중적인 화학 요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의 파비안 뮐러 교수(종양학)는 샌디에이고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처음에 우리는 상당히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은 자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단호하게 관철시켰다.
뮐러 교수는 이 첫 번째 임상시험 참가자와 그 뒤를 이은 다른 참가자들은 비교적 경미한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전신경화증과 특발성 염증성 근육염이라는 2가지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나섰고 성공은 계속됐다.
다른 연구진도 이 접근 방식을 채택해 성공적 결과를 보고했다. 이달 초 독일 오토 폰 귀릭케 마그데부르크대 연구진은 중증 근무력증이라는 네 번째 자가면역질환을 성공목록에 추가했다. 과학자들은 최종 목록이 얼마나 길어질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항암 CAR-T 치료법을 설계하는 마르셀라 마우스 박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마르코 루엘라 교수(종양학)도 “많은 잠재력을 보여준 연구결과”라고 환영하면서도 이러한 성공의 상당 부분이 참가자들의 기존 면역세포를 죽인 화학요법의 덕분인지 CAR-T 요법 덕분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증상 완화가 화학요법으로 잘못된 B세포를 제거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뮐러 교수는 치료 전에는 10m도 걷지 못하던 남성이 이제는 일상적으로 10km를 산책하는 놀라운 회속세를 보인 것을 보고하면서 꿈결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들 젊은이들은 알약 몇 알을 그냥 밀어 넣는 게 아침식사라고 표현하곤 했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면서 “의사 입장에서는 가장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