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시 수혈 최소화해야"...수혈량에 따른 합병증 위험도 규명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진, 심장판막수술 데이터 분석
수혈은 인류 생명을 획기적으로 구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의료기술이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아직까진 수혈한 혈액의 물질이 장기적으로나 인체 미세환경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모두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외 의학계에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 등의 치료 과정에서 최소 필요량의 혈액만 수혈하도록 권고한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희중 교수는 "적혈구를 수혈할 때 면역반응에 작용하는 백혈구가 포함돼 있거나, 혈소판이나 오래된 적혈구, 혹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혈액 내 물질들이 수혈 받은 환자의 체내에서 부종이나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의학계는 이러한 부종이나 염증반응이 합병증을 일으키거나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적인 수혈 기술이 의학에서 태동한 것은 1800년대에 들어서다. 그나마도 1900년대 초 독일의 의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혈액형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후에야 의료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이처럼 수혈 치료는 200여 년의 짧은 역사를 지녔기에, 여전히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임상데이터도 부족하다.
최근 김희중 교수팀은 이와 관련한 국내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03~2019년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환자 5만 8299명을 평균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들 환자의 86.5%가 최소 1회 적혈구 혈액을 수혈받았다. 수혈량은 30.22%가 1유닛의 적혈구 혈액을 수혈받았고, 27.21%는 2유닛, 29.06%는 3유닛 이상이었다. 유닛이란 통상 '팩' 단위로 포장돼 공급되는 수혈 혈액량을 세는 단위로, 혈액 성분에 따라 각각의 구체적인 용량이 다르다. 적혈구 혈액(RBC)의 경우 190±20mL(320mL 수혈 시) 또는 250±25mL(400mL 수혈 시) 정도다.
연구팀은 약 5년 동안 이들 환자의 수혈량에 따라 사망 발생도와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 합병증 발병률을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1유닛을 수혈받은 환자는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1.53배 높았다. 2유닛 수혈환자는 1.97배, 3유닛 이상은 3.03배 더 높아져 수혈량에 비례해 사망 위험도가 증가했다.
뇌경색 발생률은 1유닛 수혈환자에서 1.27배, 2유닛은 1.31배, 3유닛 이상에선 1.51배 증가했다. 뇌출혈은 각각 1.38배, 1.71배, 2.31배, 심근경색은 1.35배, 1.60배, 1.99배씩 더 많이 발생했다.
김희중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판막 수술 종류나 기저 질환, 중증 수술 여부 등의 요인을 보정해봐도 수술 중 수혈량이 증가할수록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도가 함께 높아졌다"면서 "따라서, 최소수혈수술로 합병증을 줄이고 장기적인 치료 결과를 향상하기 위해선 자가수혈이나 조혈제·철분제 등을 사용해 환자의 혈액량을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Anesthesia&Analgesia»에 게재됐으며, 다음 링크(https://journals.lww.com/anesthesia-analgesia/abstract/2023/07000/perioperative_red_blood_cell_transfusion_is.15.aspx)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