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BMI는 단지 과체중? 속지 마세요!”
[Voice of Academy 1- 인터뷰]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
“BMI 25~30인 과체중은 마른 사람보다 건강하니 몸무게가 더 늘지만 않으면 된다고요? 대한민국에서만 있는 미신입니다. 건강검진의 과체중은 대부분 비만입니다.”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내과 교수)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한한 기준에 따라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이 비만인 줄 모르고 합병증을 키우고 있다”면서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비만 치료시기를 놓쳐 당뇨병, 고혈압, 신장염 등 합병증의 늪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약자들 치료시기 놓쳐 합병증 늪에 빠져"
박 이사장은 당뇨병과 비만의 진료·연구의 국제적 권위자로서 20여 년전부터 대한비만학회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이고,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의 기준도 똑같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부 ‘자칭 전문가’들이 25~30은 과체중이고, 비만은 아니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BMI 25 이상이라고 무조건 비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덩치가 커도 배우 마동석처럼 근육량이 체지방보다 월등히 많으면 비만이라고 하지 않지요. 그런 사람은 드물어요. 문제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비만인 사람을 그렇지 않다고 ‘집단적’으로 속이려 하는 것입니다.”
박 이사장은 “1990년대 초에 의학자들이 우리 국민의 체중이 늘어나면서 비만이 온갖 합병증의 근원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비만학회를 만들었다”면서 “당시는 체중이 부의 상징이기도 해서 일부 의사들조차 ‘적당히 살 찌는 것이 건강한 것’이라며 전문가 그룹을 ‘배 부른 소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그때 일부 고집불통 의사들과 지금 비만 기준을 높이려는 보건당국이나 극소수 자칭 전문가들이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적당히 살 찐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논문이 몇 편 발표되기도 했는데, 너무 지나친 이야기 아닌가?
“논문의 내용을 잘 보라. 살 찐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 BMI 30 이상에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BMI 25~30이 건강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대부분의 연구결과 BMI 25부터 합병증이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부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신장염 등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그 자체보다 뇌졸중, 심근경색 등 합병증이 무섭듯, 비만도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비만은 심장병, 지방간, 천식, 근골격계질환도 유발하며 암과 우울증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일부는 너무 살을 빼서 문제 아닌가? 그러다가 요요현상에 빠지기도 하고….
“일부 여성에게서 자신이 정상인데도 더 살을 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물론 그것도 문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훨씬 많은 사람이 자신이 비만인데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저소득층, 저학력층 등에서 비만 관리를 하지 않아 이로 인한 의료불균등, 의료불평등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소아청소년-남성 비만율 치솟아"
박 이사장을 비롯한 비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특히 소아청소년과 남성, 저소득층에서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비만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국내 병의원을 찾아 비만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환자 수는 7559명으로 5년 전 2241명보다 무려 2.3배가 늘어났다. 또, 박 이사장 주도로 대한비만학회가 지난해 조사했더니 한국인 남성의 비만율은 2019년 41.8%에서 2021년 48.8%로 불과 2년 새 7%P나 증가해서 같은 기간 25.0%에서 27.7%로 2.7%P 늘어난 여성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 기간이 코로나19 때문에 실내생활이 늘고 활동량이 준 것을 감안해도 남성의 비만 증가세는 심각하다는 것. 여기에 잘못된 진단 기준이 큰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비만학회의 판단이다.
-그런데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서 좀 포동포동하지 않나? 늘씬한 서양인과 기준이 좀 달라야 하지 않나?
“통통한 동양인, 늘씬한 서양인상은 대중문화가 만든 허상일뿐이다. 동양인은 서양인과 체격이 같다면 체지방은 많고 근육량은 적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따라서 동양인의 비만 기준은 더 낮아야 정상이다. 자신의 BMI가 25 이상이고 허리둘레가 남성 90㎝, 여성 85㎝ 이상이라면 자신의 몸에 대해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박 이사장은 “허리둘레는 BMI를 보조하는 중요한 비만 기준으로 양 발을 25~30㎝ 벌리고 선 채 숨을 편하게 내쉰 상태에서 줄자로 측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옆구리에서 갈비뼈 가장 아랫부분과 골반 가장 윗부분의 중간 지점을 재면 된다”고 소개했다. 줄자로 측정하기 전에 당장 바지의 허리 사이즈가 남자 35인치, 여자 33인치 이상이면 비만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비만 치료라는 것이 생소하다. 다이어트가 쉽지도 않고….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식사요법, 먹는 약, 주사제, 수술 등 비만과 맞설 무기는 많다. 최근에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약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초기부터 치료를 받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당장 심각한 증세가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달 치료제 100만원을 부담하며 치료받지 않는다는 것. 그랬다가 나중에 합병증으로 더 많은 치료비가 나가고 경제활동을 못하게 돼 더더욱 빈곤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비만 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줘야 한다.”
"네 BMI를 알라...25 넘으면 당장 행동을"
-비만 치료제는 어느 정도로 발전하고 있나?
“2000년대 초 ‘식욕감퇴제’ 리덕틸은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됐고, ‘지방분해 배출제’ 제니컬은 ‘방귀 뒤 참사’라는 치명적 부작용 때문에 처방이 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기존에 당뇨병에 쓰이며 안전성을 검증받은 약이 비만치료제로 탈바꿈해서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삭센다, 위고비를 판매하는 노보노디스크나 마운자로를 선보인 일라이 릴리는 회사 가치가 급상승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주1회 주사로 체중을 최대 15㎏ 줄였고 릴리의 마운자로는 주1회 주사로 26.6%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을 먹으면 8.6~12.6% 감량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조만간 약들이 위 절제수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팔았다가 사노피가 개발품목을 정리하면서 반환받은 에페글레나타아드의 올 연말 3상 시험도 기대가 된다. 국내의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등은 삭센다의 올 연말 특허 만료를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탕후루가 등장했지만 이 음식만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단 것, 자극적 음식을 권하고 과식을 부추기는 문화가 몇 년 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최소한 공영방송은 ‘먹방’을 방영하기 전에 국민 보건 측면도 따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제도와 기술의 변화 전에 국민 스스로 건강 관점에서 몸을 챙겨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너의 BMI를 알라!”며 BMI의 중요성에 대해서 신신당부했다.
“사람들에게 ‘당신의 BMI는 몇이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머뭇거립니다. 키와 몸무게는 아는데 BMI를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남자는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입니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가 넘는다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전문의를 찾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법을 처방받는 것이 나중의 큰 병을 막는 지름길입니다. 비만도 조기치료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