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에 등산스틱을 선물하자

[박효순의 건강직설]

젊은 등산객들에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엿보였다. 젊은이들의 신발은 대부분 운동화에 그쳤다. 그리고 등산스틱을 갖춘 경우는 더 드물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1일,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맞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서울 쪽 청계산에 다녀왔다. 이날 청계산 일대 날씨는 최저 영하 3도에서 영상 6도 사이로 바람이 쌀쌀하게 불었다.

이날 인상적인 장면은 젊은 등산객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등산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었다더니, 산을 오르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20대 30대로 보였다. 등산은 대개 ‘중년 이후에 하는 운동이자 취미’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았다. 등산로에 아연 활기가 넘쳤다.

등산은 심폐기능을 강화해 주고 근력을 키우는 데도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전 국민의 건강 스포츠인 동시에 취미 생활이다. 체중이 60㎏라면 등산 1시간에 500㎉를 소모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노화 방지, 심폐기능 및 근지구력 향상, 만성피로 감소, 스트레스 해소 효과까지 갖고 있다.

산림청의 ‘2022년 등산 등 숲길 체험 국민 의식 실태조사’를 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두 달에 한두 번 포함) 등산이나 숲길 체험을 하는 인구는 전체 성인 남녀의 78%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91%, 50대 85%, 40대 71%, 30대 70%, 20대 59%로 나타났다. 등산하는 이유로는(복수 응답) 건강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75%로 가장 높았고 산을 걷는 것 자체가 좋아서 49%, 경치·분위기가 좋아서가 48%로 나타났다. 건강을 위해 산에 간다는 인구는 높은 연령층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전 시간에 남녀노소가 줄지어 청계산을 오른다. 힘들어하면서도 표정들이 밝다. 그런데 젊은 등산객들에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엿보였다. 젊은이들의 신발은 대부분 운동화에 그쳤다. 그리고 등산스틱을 갖춘 경우는 더 드물었다. 가벼운 티셔츠에 두꺼운 겉옷을 입은 경우도 보였다. 삼삼오오 올라가면서 내려오면서 갑자기 미끄러지거나 비틀거리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추위를 타는 친구에게 옷을 벗어서 입혀주는 우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등산 경력이 짧거나 무리한 등산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젊은이들이 자칫 저체온증에 빠지지나 않을까 염려됐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졌을 때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추위를 느끼게 되면 스스로 체내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우선 살갗에 있는 핏줄이 오므라들고 몸이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다 체온이 33∼34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불안과 초조, 어지럼증과 현기증이 일어나 결국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고 판단력과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겨울철뿐 아니라 늦가을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땀을 많이 흘렸다가 몸이 식으면서 추위에 견디지 못해 생기는 저체온증이 많다.

인체에서 보온을 잘해야 하는 중요 부위는 첫째 목 부위, 둘째 머리 부위, 셋째 손과 발이다. 등산 중 저체온증 예방 수칙은 체력에 적합한 산행 계획, 따뜻한 물로 수분 공급, 적당한 간식 섭취, 얇은 옷 여러 겹 껴입기, 젖은 옷은 빨리 마른 옷으로 갈아입기 등이다. 저체온증이 시작된 후 몸을 너무 이리저리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심하게 하면 피부와 근육이 심하게 떨려 오히려 땀구멍이 늘어나고 체온 유지가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은 꼭 기억해야 한다.

등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낙상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 젊은 나이라고 해도 무릎에 지속적인 하중이 가해지면 연골이나 인대의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등산스틱을 잘 이용하라고 권한다. 등산스틱은 체중을 분산해 하체를 보호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상체의 근력을 키우는 데도 유용하다. 한쪽만 사용하는 것보다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젊었을 때부터 등산하면서 체력과 지구력, 정신력을 키운다면 이는 국민건강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등산은 건강증진 목적이나 즐거움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그래서 장비를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기본적인 것이 등산화이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발목을 감싸주는 신발이 좋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등산스틱으로, 쿠션 기능이 있는 것이 좋다.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아이젠이 필수이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수만 원을 호가하는 기획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친구나 연인에게 주려고 사는 것이다. 이날 젊은이들의 등산 모습을 보면서, 빼빼로데이에 초콜릿 기획상품 대신에 등산스틱을 선물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연인 사이에 스틱을 잡고 둘이 산에 오르면 ‘11과 11’이 겹치는 모습이 자연히 연출된다.

눈이 내려 쌓인 겨울 산은 가을 단풍 못지않은 멋진 설경과 낭만적 서정을 선사한다. 아이젠과 등산스틱 등 중요 장비를 멋지게 갖추고 산행하면서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등산스틱처럼 너를 지탱해 줄게…" 혹은 "너의 아이젠이 되어 줄게…"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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