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하면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나요?
[송무호의 비건뉴스]
환자: “고기는 안 주나요?”
필자: “채식하면 수술 후 회복에 더 유리합니다.”
환자: “그럼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나요?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날 텐데….”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수술받은 환자들에 채식을 제공한다. 살아오면서 채식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 처음으로 채식 밥상을 받았을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질문이다. 채식하면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느냐며 걱정한다.
채식하면 정말 단백질이 부족할까?
한국인의 단백질 강박증은 유독 심하다. 암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건 주변에서 흔히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 부족증을 걱정한다는 것은 광우병 사태 같은 과잉 반응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단백질 부족증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다. 일반적인 식사로도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부족증'(Kwashiorkor disease)은 기아(飢餓, hunger)가 일상인 아프리카 극빈국이나 내전으로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지, 식량 부족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볼 수가 없다. 혹시 주변에서 단백질 부족증 환자를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의사 생활 30년간 단백질 부족 환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병원에 넘쳐나는 환자들은 오히려 단백질 과잉 섭취가 문제였다.
단백질 부족?... 환자가 넘쳐나는 건 오히려 단백질 '과잉' 때문
단백질이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되면서 각종 매체에서 단백질 관련 상품의 과대광고가 소비자들을 세뇌하고 있다.
사람들이 고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그 살점이 단백질이 되어 인간의 근육으로 변해 힘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육식과 관련된 가장 깊은 오해이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고 우리 몸의 근육이 커지지는 않는다.
멋진 근육은 단백질로 인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근력운동을 통해 생긴다.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근육이 많이 생기면 누구나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처럼 육체미를 뽐낼 수 있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 뱃살만 더 불어날 뿐이다.
단백질이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지만 흔히들 걱정하는 단백질 부족 현상은 고기를 하나도 먹지 않는 비건(vegan, 완전채식)인 경우에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면 채식에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1, 2].
오히려 모든 단백질은 식물에서 유래한다. 식물의 잎에서 광합성으로 탄수화물을 만들고(탄소동화작용), 이 탄수화물과 식물의 뿌리에서 흡수한 질소화합물을 결합해 아미노산을 만들고, 이것을 재료로 단백질을 합성하여 씨, 열매, 줄기, 뿌리 등에 보관한다(질소동화작용) [3].
식물이 단백질을 만들고, 동물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어서 단백질을 얻는다. 우리가 ‘단백질의 보고(寶庫)’라 여겨온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은 단백질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즉, 우리는 굳이 동물 고기를 먹지 않고서도 식물을 통해 바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단백질은 애초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데, 채식하면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게….
참고 문헌
1. J McDougall. Plant Foods Have a Complete Amino Acid Composition. Circulation 2002;105(25):e197.
2. NS Rizzo, K Jaceldo-Siegl, J Sabate, GE Fraser. Nutrient profiles of vegetarian and nonvegetarian dietary patterns. J Acad Nutr Diet 2013;113(12):1610-1619.
3. DW Lawlor. Carbon and nitrogen assimilation in relation to yield: mechanisms are the key to understanding production systems. Journal of experimental Botany 2002:53(370):773-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