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수에도 삶 무너져"…우울증 불러오는 인지 왜곡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필자는 한때, 일리노이주 블루밍턴 시에 있는 브로멘(BroMenn) 병원에서 임상 심리 전문가로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하루는 독일 계통의 미국인 농장주가 자살 소동을 벌여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사건이 있었다. 필자가 이 환자의 심리치료를 하게 되어서 우울증에 걸린 사연을 자세히 듣게 되었다. 이 환자는 3,000에이커(약 3백 67만 평)의 옥수수 밭을 10여 년간 완벽하게 경작해 왔는데, 해당 연도에는 물 공급의 문제가 있어서 이 중의 300에이커에 해당하는 옥수수밭에 문제가 생겨서 작황이 좋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이 농부는 지금까지 완벽하게 농사를 지어오면서 쌓아온 자신의 완벽한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실망하고 좌절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는 소동을 벌여서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환자와 상담을 하면서, 3,000에이커 옥수수 밭 중에서 300에이커만 문제가 있지, 2,700에이커의 옥수수는 작황이 좋았는데, 왜 10분의 1에 해당하는 실수에 집중하고 10분의 9에 해당하는 성공적인 옥수수 밭은 고려하지 않는가 하고 질문을 하면서 사소한 사건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과잉일반화라는 인지 왜곡을 수정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물론 자신의 예기치 않은 사소한 실수로 명성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이 환자를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이 농부의 명성에 약간 흠이 있기는 하지만, 망가질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서 우울증을 초래한 사고를 바꾸어 주려고 노력했다.
이 환자가 겪은 우울증의 원인은 자신의 행동 중 사소한 실수에 집중하면서 전체가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과잉일반화라는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이처럼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왜곡된 인지가 특징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자신의 왜곡된 인지를 알아차리고 수정해야 한다.
우울증을 초래하는 인지 왜곡의 종류와 수정 방법
과잉일반화(Overgeneralizing)의 인지 오류
과잉일반화는 불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를 하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사건 하나가 발생하면 이 사건이 무한히 반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때문에 자신은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절망감이 들고 우울하다. 우울한 사람의 특징은 사소한 사건이나 증거 하나만 가지고서 큰 결론을 내린다. 나쁜 일이 단 한 번 발생한 것을 계속해서 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앞의 예에서 보듯이 자신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경작해 오던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사소한 실수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잉일반화의 오류다.
사례1 : 남녀가 서로 데이트한 후에 여성은 남성이 마음에 들어서 지속적인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남성에게 거절을 당했다. 과잉일반화를 하는 여성은 이제 모든 남성은 자신을 거절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데이트를 아예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여성을 상담하면서 인생은 모태에서 처음 수정 과정부터 2억 마리의 정자 중에 하나만 성공적으로 난자와 만나 수정을 해서 시작된 것 즉 거절에서 시작했다고 알려 주고, 데이트 시에 거절당한 것이 자신이 부족하기에 거절당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서로가 맞지 않아서 거절한 것이라고 인지왜곡을 수정해 주면서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데이트가 많이 진행된 후, 또는 결혼한 후에 상대방에게 거절당하기보다는 일찍 거절을 당해서 다행이라고 알려 주었다.
사례 2: 우울한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경험 때문에 사람들을 회피하고 은둔 생활을 한다.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거절당하거나, 상처를 받으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리라 생각하면서 우울하고 절망에 빠진다. 이 경우 필자는 지금까지 살다가 몇 사람에게 거절당하거나 상처를 받았는가 하고 물어보면 2~3명이고 많아야 10명 안팎이다. 지구상에 70억이 넘는 인구가 있는데 어떻게 10명 미만의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가지고 과잉일반화를 하는가 하고 질문하면 그제야 자신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을 알고 새로운 대인관계를 시도하려고 한다. 이와같이 과잉일반화가 우울증을 유발하고 인간관계를 협소하게 하는 주원인이다.
사례 3: 주위에서 보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상대방이 하게 되면 그런 그 사람과 인간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자신의 장점인 것처럼 공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는 인간관계가 경직되고 원만하지 못하고, 많은 경우에 주위에 친구도 없고, 외톨이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즉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한 가지 행동을 가지고 그 사람 전체가 나쁘고 형편없다고 과잉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다양하기에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은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 대인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다.
과잉일반화를 수정하는 방법: 행동 실험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기에 대인관계가 어렵고 외출하기 힘들어서 자가 격리하고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행동 실험을 해 보기 바란다.
일단 사회적인 모임에 가서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대화를 하거나 말을 걸어 보아라.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자세히 살펴보아라. 분명히 내 인사를 받아주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인사는 받지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 인사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눈길을 주거나 내 말에 반응을 보이면 지속해서 대화를 이어가 보아라. 사소한 날씨 이야기 또는 현장의 분위기 등의 말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정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나를 친구로 받아드려 주길 기다리지 말고,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어라.
아무도 나를 사랑하거나 관심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우울한 사람은 내 주위 사람 중에서 나를 사랑하거나 나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종이에 적어 보아라. 적어도 부모님이나 자신의 형제들은 나를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친했던 친구들도 나를 좋아할 수 있다. 주위를 자세히 살피면 절대로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만 주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에게 중립적인 사람도 있다. 주위 몇몇 사람들에게 거절당한 사건을 절대로 과잉일반화를 해서는 안 된다.
인지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본 우울증은 상황이나 사건 자체가 우울증의 원인이 아니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왜곡된 인지와 사고가 우울증의 원인이다. 사소한 사건을 과잉 일반화해서 전체적인 사건으로 과잉 해석하고 반응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당신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