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하면 할수록 '이상해지는 얼굴' 왜 그럴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수술을 이어갈 수록 얼굴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담을 하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매번 만족스럽지 못하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물론, 그중 정말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흔한 이유는 신체적 특성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이 상담 시에 말하는 방식에서 흔히 보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OOO 수술하려는데요, 어떨까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연 무슨 문제일까요?
수술 상담 시 본인이 수술명을 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진단'을 의사가 아닌, 본인이 직접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 '쌍꺼풀'이나 '코 성형'처럼 널리 시행되고, 그 아래 다시 여러 종류의 수술이 있는 경우라면 이렇게 말해도 무방합니다. )

제가 대학병원 교수직을 내려놓고 개원가로 나오기 전,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때였습니다. 이런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있다 나오면, 환자 생각을 바꾸려는 '교수 마인드'가 있어서 개원가에서 죽을 쑤는 경우가 많아. 개원가에선 환자 본인이 생각해 온 수술을 바꾸려고 하면 안 돼. 결국 다른 곳에 가서 자기가 생각한 수술을 하거든. "

성형수술은 본인의 취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합니다. 환자 본인이 정해 온 수술명이 있다면, 이런 '자가 진단'을 바꾸는 것은 대부분 매우 어렵습니다. 수많은 쓰린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체득한 의사들은 대개 환자 본인이 정해온 수술을 굳이 바꾸려 애쓰지 않습니다. 때문에, 본인이 어떤 수술명을 말하면 이후의 모든 과정이 그 안에 갇혀버리기 쉽습니다.

성형외과 역시 '수술' 못지않게 의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진단'입니다. 그런데, 그 진단을 환자 본인이 한다면 치료의 결과도 나빠지기 쉬운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분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심장 문제로 복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장 때문에 배가 아픈 분이 병원에 와서 "내 몸은 내가 알아."라고 말씀하시며, 소화불량에 쓰는 위장약을 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소화제를 드리고 환자를 귀가시키지는 않습니다. 의사들은 복통의 원인이 배가 아니라 심장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진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환자 스스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형수술도 '진단'에 따른 '치료'라는 면에서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OOO 수술하겠다'라고 스스로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정해버리는 순간, 가장 중요한 전문가의 소견을 듣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형수술에 거듭 실패하는 분들이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이 잘못되면 인터넷을 찾아보고 수많은 정보와 광고들 속에서 다시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을 찾습니다. '내가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전 수술의 결과가 나빴을 거야'라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오랜 공부 후에 본인이 진단을 내리고, 이에 따라 수술해 준다는 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 수술이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말해주는 성형외과는 '걸러야 할 곳'이 되기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성형수술은 받는다고 늘 예뻐지는 것이 아닙니다. 반복할수록 예뻐지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는 분들의 얼굴이 점점 어색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생각도 듭니다. 공장형 클리닉, 대형 성형외과, 네트워크 치과들이 '효율성'을 추구하며 흔히 도입하는 것이 바로 '상담실장'이 상담하고 진료항목을 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유튜브나 SNS에서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좋은 성형외과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의사가 직접 상담하고 진단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눈썰미가 좋고 유능한 상담실장도 의사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직접 수술하는 전문가만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의사가 바로 그 진단의 '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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