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대신 틀니 쓰는 셈? …얼굴 성형 '고정핀'이 중요한 이유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안면윤곽 수술을 받고 살이 처져 재수술을 고민한다며 내원하신 분들을 보면, 이전에 '비고정' 방식으로 수술받은 분들이 흔합니다.
"왜 비고정으로 수술하셨어요?" 라고 여쭤보면 "고정 핀이 무서워서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일반인들이 고정 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마음은 이해됩니다. 하지만, 티타늄 고정 핀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핀이 무서워 비고정 수술을 택하는 것이, 의사 입장에선 조금 의아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치 티타늄핀 고정이 무서워 '치아 임플란트' 대신 '틀니'를 선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한때 ‘퀵 광대’라고 불리는 비고정 약식 광대축소술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고정 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많은 분들이 끌렸습니다. 하지만 미흡한 결과와 잦은 부작용으로 지금은 거의 완전히 시장에서 퇴출된 수준입니다.
요즘은 광대보다는 턱끝에서 비고정 수술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시 몇 년이 지나 '비고정 광대 수술'과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될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얼굴뼈 수술은 작고 간단한 수술이 아닙니다.
좀 더 예뻐지겠다는 생각으로 큰 부담 없이 수술을 받는 분들도 있지만, 평소 얼굴형으로 오랜 스트레스를 받다 큰맘 먹고 수술을 결정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때문에 수술에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흔합니다.
‘얼굴뼈를 자르는 것은 무서워’, ‘얼굴에 나사를 박고 세월이 지나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얼굴뼈 수술을 할 때 왜 굳이 '뼈를 자르고 핀을 박는지'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핀이 없는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처럼 턱뼈를 줄이는 수술을 보겠습니다.
턱뼈를 줄이는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절제술’입니다. 흔히 ‘돌려 깎기’라고 다소 노골적인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절골술’입니다.
턱끝을 잘라 가운데 부분을 제거하고 모아주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수술법의 특성을 생각해 본다면 '절제술(돌려 깎기)'이 먼저 탄생한 방식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수술을 개발했던 의사들이 뼈를 직접 깎는 식으로 수술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후 어떤 문제나 한계점들이 발견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복잡한 방식인 '절골술’이 시행된 것입니다.
굳이 뼈를 자르고, 티타늄 핀으로 고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핀을 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턱끝 박리를 하기 않기 위해서'라고 말씀드립니다.
얼굴뼈 수술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뼈를 살에서 분리(박리)해 노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박리 범위가 과도하면 살이 처지기 쉽습니다.
절제술(돌려 깎기)에서 뼈가 박리되는 범위를 주황색으로 표시해 봤습니다.
턱뼈 전체를 살에서 박리해야 아래쪽을 절제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돌려 깎기' 수술 후에는 2~3개월 동안 매일 수 시간씩 얼굴살을 뼈에 다시 붙여주기 위해 밴드(소위 '땡기미')를 착용하게 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박리된 살이 원래의 탄탄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절골술을 시행할 경우 턱끝 부위는 박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턱끝에는 턱선, 목선, 입매를 지지하는 중요한 근육이 집중적으로 부착되어 있습니다. 절골 후 턱끝의 근육과 살은 뼈에 단단하게 붙은 채로 뼈와 함께 이동하게 됩니다.
절골술은 턱 선과 목선을 지지하는 근육들을 뼈에서 박리하지 않고 당겨 주므로, 얼굴선이 처지고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박리가 적어 회복이 빨라지는 것도 장점입니다.
안면윤곽 수술은 1980~90년대에도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턱끝을 좁히는 'T 절골술'이 개발되어 기존의 '절제술'보다 빠른 회복과 우수한 결과를 보인 것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핀이 무섭다'라고 막연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실제로 핀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일상에서 핀이 불편을 주는 것은 치과 방사선 검사 시 눈에 띌 수 있어 신경 쓰이는 정도입니다. 정말 핀이 신경 쓰인다면 수술 후 1년 정도에 간단하게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절제술(돌려 깎기)을 시행한다고 반드시 처짐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절골술 역시 과도하게 뼈를 줄이면 처짐이 올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도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하고 본인에게 적합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정 핀이 무서워서' 비고정 수술법을 택하는 것은 좋은 선택 기준이 아닙니다. 핀을 박는 것이 무서워서 치아 임플란트 대신 틀니를 선택하는 분을 찾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