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요양병원 유난히 많은 부산 울산 경남
부울경에서만 ‘사무장’ 요양병원 94곳...전국의 30%가 넘는다
‘사무장병원’, 즉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의원이 가장 많다. 그다음은 요양병원.
그런데 ‘사무장’ 요양병원은 부산에 가장 많다. 심지어 서울 경기 등 수도권보다도 많다. 여기에 경남과 울산까지 합하면 전국에서 적발된 ‘사무장’ 요양병원의 1/3에 육박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21년까지 전국 불법개설 의료기관과 (이들로부터 돌려받은) 환수액을 조사 분석해 14일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부산의 57곳이 ‘사무장’ 요양병원인 것으로 발각됐다.
또 경남은 22곳, 울산은 15곳이 ‘사무장’ 요양병원으로 판정이 났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94곳. 부울경만 전국 ‘사무장’ 요양병원(309곳)의 30.4%에 이르는 것이다.
‘사무장’ 요양병원 한 곳당 돌려받은 환수액이 평균 63억 원이라 하면, 이들이 불법으로 빼돌린 건강보험금만 최소 5900억 원을 넘는다.
전국의 ‘사무장’ 요양병원의 전체 환수액은 1조9466억 원. 비록 돌려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건강보험이 여기서 줄줄 새고 있었던 셈이다.
‘사무장’ 병원은 겉으론 의사가 병원을 정상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비의료인이 ‘바지’ 의사를 고용해 건강보험(요양급여비)을 빼먹거나, 갖가지 이유를 대며 비(非)급여 진료를 유도해 환자나 보호자 지갑을 털어가는 구조다. 그래서 과잉진료, 불친절, 시설 미비, 거기다 약품 리베이트 등 각종 불법과 비리가 판칠 가능성도 있다.
여러 종별 의료기관을 모두 합해 전국적으로 2009년부터 21년까지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무려 1698곳이나 된다.
그 중 의원이 657곳(38.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요양병원 309곳(18.2%), 한의원 232곳(13.6%), 약국 204곳(12.0%)으로 많았다.
또 지역 단위로는 경기도 343곳(20.2%), 서울 329곳(19.4%)에 이어 부산 198곳(11.7%), 인천 164곳(9.7%) 등의 순이었다.
정부 "환수 더 신속하게" vs. 법원 "환수 취소" 엇박자
한편, 보건복지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해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 요양기관의 신속한 재산압류가 필요한 사유 9가지(*)를 적시했다. 병원 운영진이 재산을 미리 빼돌리려 하거나 징수금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등이다.
* ➀국세․지방세․공과금의 강제징수 또는 체납처분, ➁강제집행, ➂어음․수표의 거래정지, ➃경매 개시, ➄법인의 해산, ➅거짓 계약 등 면탈행위, ➆회생․파산, ➇국내 미거주, ➈징수금 5억 원 이상.
건보공단은 여기에 해당하면 재산압류까지 1개월 이내에 강제 집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무장’ 병원으로 판정이 났음에도 건보공단이 보험금을 강제 환수하려 할 때 법원이 “환수 결정액이 과다하다”며 공단의 환수 시도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공단이 부산 중구의 한 ‘사무장’ 병원과 운영자에게 요구한 37억5800만 원 규모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취소시켜 버렸다. 운영자에겐 지난해 11월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3년 징역형에 처했지만, 환수액 결정만큼은 다르게 판단한 것.
문제는 환수액 결정이 먼저 나야 건보공단도 1개월 이내에 강제집행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원의 제동이 잇따르면서 환수액 결정부터가 힘든 상황이 돼버리고 있는 셈이다.
줄줄 새는 건강보험에 비하면 환수 결정액이라 해봤자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그마저도 보전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