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0일도 안된 아이의 심장에 무슨 일이
[서동만의 리얼하트 #8]
[엉뚱한 폐동맥 1]
아이의 아빠는 얼굴이 하얗고 앳된 모습이었다. 개척교회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목사님이라 했다. 아직 백일도 되지 않은 갓난 아기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기는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로 입원하자마자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으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여러 검사 결과 통상적이지 않은 팔로4징이었다. 폐동맥 판막 부위는 좁으나 그 이후부터 양쪽 폐 입구까지는 터무니없이 늘어난 폐동맥이 보였다(사진1). ‘폐동맥 판막이 없는 팔로4징 (Absent pulmonic valve syndrome)’이라는 이상한 진단명이었다. 아무튼 이 늘어난 폐동맥이 기관지와 폐 조직을 눌러 심한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을 초래하고 있었다.
급히 수술을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두 가지. 하나는 과도하게 늘어난 폐동맥 부위를 줄여준 뒤, 기관지와 폐가 순조롭게 회복될 수 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인공 폐동맥 판막을 이 작은 심장에 넣어 완전 교정술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백일을 열흘 앞 둔 아기 체중은 4 Kg.
12월 12일 수술이 진행됐다.
늘어난 폐동맥 부위를 과감히 절제해 기관지 압박을 줄여주었고, 인공 판막을 사용하지 않고도 완전 교정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수술 직후 우심실 압력은 대동맥 압력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정상 범위가 되었고, 수술 후 경과는 우려와 달리 순조로웠다. 인공호흡기도 무난히 3일 만에 제거할 수 있었고, 아이의 체중도 잘 늘어주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기를 안고 퇴원 인사를 하는 젊은 목사님 부부는 그지없이 환한 얼굴이었다.
이후 아기는 놀랍게도 잘 자라주었고 운동도 또래들만큼 잘 한다고 했다. 어느 여름방학에 가족이 함께 찾아왔다. 이제 고3이 되면 수험 준비로 힘들 텐데, 그 전에 심장 상태를 검사해보고 싶다고 했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폐동맥 판막 역류는 어느 정도 있었으나 우심실 기능은 잘 유지되고 있었고, CT 검사에서도 우심실 용적과 기능 모두 견딜 만한 범위에 있었다(사진2). 아직은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 없는 안정적인 상태였다. 아마도 그는 청년기를 무난히 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주님께서 밤으로 낮으로 지켜 주신 덕분이리라.
[엉뚱한 폐동맥 2]
이제 여섯 살이 된 아이는 제법 많이 컸다고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병원 나들이를 즐거워한다.
백일이 막 지나 처음 병원에 왔을 때에는, 청색증은 없었으나 숨을 할딱거리며 젖을 먹는 것도 힘들어했다. 검사 결과 심실중격 결손에 폐동맥 폐쇄가 동반되어 있었고(Pulmonary atresia-VSD), 말초 폐동맥은 과도하게 늘어나 있었다(사진3-가).
폐동맥의 발생 과정에서 퇴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폐혈관들(MAPCA)이 출생 후 대동맥으로부터 직접 높은 압력으로 과량의 혈류를 받으므로 청색증이 없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폐동맥 고혈압이 점점 심하게 되고 급기야 수술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진단과 함께 즉시 수술을 필요로 한다.
문제 해결은
(1) 우심실에서 폐혈관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 주고,
(2) 대동맥에 직접 연결된 폐동맥들의 시작 부위를 차단하고,
(3) 그렇게 함으로써 심장에서 폐동맥으로의 혈류 체계를 일원화해주고,
(4) 폐동맥 체계가 안전해지면 심실중격을 막아주고,
(5)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인공 폐동맥 판막을 넣어주는 것이다.
환아는 생후 4 개월에 위에 설명한 1번과 2번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사진3-나).
이어서 생후 11 개월에 심실중격 봉합수술을 받았고(사진4-가),
매우 이른 나이(46 개월)에 성인 크기(21 mm)의 기계식 인공 폐동맥 판막 삽입 수술을 받은 후(사진4-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지만 혈액 응고 방지제를 복용하므로 일년에 두어 번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