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유방암 검사 11년 더 늦게 해도 된다?
미국 여성 41만명 분석 “흑인은 권장기준보다 8년 앞당겨야”
미국 여성 중 흑인 여성은 권장기준보다 8년 더 앞서 유방암 검사를 시작해야 하는 반면, 아시아 출신 여성은 권장 기준보다 11년 더 늦게 유방암 검사를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암연구센터는 2011~2020년 유방암으로 숨진 미국 여성 41만 5277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또 여성의 첫 출산 연령 등 위험 요소는 물론 인종·민족 등 다른 위험 요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이 유방암 검사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는 흑인 여성이 42세, 백인 여성이 51세, 히스패닉 여성과 아메리칸인디언·알래스카 원주민 출신 여성이 57세, 아시아 및 태평양 섬 출신 여성이 61세인 걸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 약칭 질병예방특위)는 여성은 50세에 유방암 검사(유방조영술)을 받기 시작하고 40대에는 검사해야 할지 여부를 담당 의사와 개별적으로 상의해 결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여성 유방암 검사 시작의 최적기를 둘러싸고 의료계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암학회(ACS)는 유방암 선별검사를 50세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마흐디 팔라 박사는 “전체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공정·공평하지도 않고 최적이 아닐 수도 있다. 유방암 사망의 인종적 격차를 줄이려면 특히 흑인 여성의 유방암 검사를 권장기준보다 앞당겨 42세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에 비해 더 많이 유방암에 걸리지만, 일찍 발병하는 유방암으로 숨질 위험은 흑인 여성이 도리어 약 40% 더 높다. 흑인 여성의 유방 밀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방사선 전문의가 유방조영술에서 유방암을 식별하기가 더 어렵고 유방암 위험도 높아진다. 흑인 여성은 삼중음성유방암 등 공격성이 더 강한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팔라 박사는 “현재의 권장기준은 일부 여성에게는 이른 나이에 불필요하게 유방조영술 검사를 받게 하고 방사선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미국 건강매체 스탯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아시아 여성 등이 유방암 검사를 시작해야 하는 적정 연령이 권장기준보다 10년 이상 더 많게 나온 것은 뜻밖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연구 목적과 동떨어진 결과이긴 하나, 이 대목도 앞으로 논란을 빚을 수 있다.
연구팀은 암을 발견하는 방식과 종전의 선별검사 이력 등에 관한 데이터 부족을 연구의 한계점으로 꼽았다. 흑인 여성의 검진 연령을 앞당겨야 한다는 결론에는 이런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유방암 환자의 사망 증명서 및 대리인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전향적 연구로 부정확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유방암 검진은 인종·민족, 초산 연령 등 위험 요인 외에 유전, 생활습관, 식습관과 같은 개인적 위험 요인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이 연구 결과(Race and Ethnicity–Adjusted Age Recommendation for Initiating Breast Cancer Screening)는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