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겨울잠 단백질’로 뇌졸중 예방약 개발?

동면 3~4개월 중 혈전 만드는 ‘열충격 단백질’, 55분의 1로 뚝↓

귀여운 아기곰 두 마리. 곰이 긴 겨울잠을 자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는데도 혈전(피떡)이 생기지 않는 원인이 밝혀졌다. 특정 단백질이 동면 중 확 줄어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곰이 겨울잠(동면)을 잘 때 혈전(피떡)을 만드는 특정 단백질이 평소의 55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혈전, 뇌졸중 예방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뮌헨대는 곰이 영양분을 잔뜩 섭취한 뒤 3~4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잠만 자는데도 혈전이 생기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곰의 혈액 속 ‘열충격 단백질47’(HSP47)이 극적으로 줄어 혈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몸을 움직이지 않는 습관으로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혈전이다.

연구팀의 토비아스 페촐트 박사는 “혈전을 일으키지 않게 막아주는 이 특정 단백질(HSP47)이 사람에게도 있다. 이를 이용하면 혈전을 막아 뇌졸중·색전증을 예방하는 신약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가 다리에서 뇌로 이동해 뇌졸중을, 폐로 이동해 폐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혈전을 막아주는 약물 개발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의 감소 현상이 겨울잠을 자는 곰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람에도 발생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사람의 경우 척수 손상으로 몸이 마비된 환자에게서 특정단백질  수치가 많이 낮아지는 걸로 나타났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몸의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혈전 예방(Thromboprotection) 약물로는 아스피린 등이 쓰이지만 부작용으로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약물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불곰뿐만 아니라 우리에 갇혀 있거나 야생에서 사는 돼지, 척수 손상으로 몸이 마비된 사람, 건강한 사람 등을 연구했다.

페촐트 박사는 “않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따른 건강 문제의 해결에 곰 연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람은 좌식 습관과 신체활동 부족으로 비만, 근육 손실, 뼈 가늘어짐, 제2형 당뇨병, 혈전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팀은 회색 곰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게 보호해주는 특정 단백질을 지난해 확인했다. 이 단백질도 인간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Immobility-associated thromboprotection is conserved across mammalian species from bear to human)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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