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작렬?...지금까지 밝혀진 롱코비드 증상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대유행병)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서서히 물러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세계보건기구(WHO)가 4월 말에서 5월 초쯤 코로나19 비상상태 해제 여부를 결정하면 이에 맞춰 방역조치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31일 현재까지 3년 3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6억8369만4000여명의 확진자와 682만960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14세기 때의 흑사병을 비롯해 천연두, 스페인독감, 최근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까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대유행병이 있었지만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 수백만 명을 숨지게 한 코로나19는 충격이었다.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인한 자연 면역력이 생겨 코로나가 쇠퇴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지독한 질병’은 만만찮은 뒤끝을 보이며 롱코비드라는 고약한 후유증을 남겼다. 코로나19에 따른 후유증, 즉 코로나를 앓은 뒤 원인 모를 여러 증상들이 한동안 이어지는 것을 뜻하는 롱코비드는 알게 모르게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에서 벗어난 뒤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면 일반적으로 다른 잠재적인 질병을 따져 본 뒤에 롱코비드 진단을 받는다”며 “가장 흔한 롱코비드 증상을 알면 적어도 현재 건강 문제에 코로나 이후 상태가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에 걸린 15만4068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약 560만 명과 비교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발병 전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장기적인 위장 문제에 걸릴 확률이 3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 중 9600여명이 소화, 장, 췌장 또는 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위식도역류질환과 소화성궤양질환이었지만 일부는 변비, 복통, 설사와 같은 위장 관 증상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코로나 치료에는 위장 건강과 관련 질병에 대한 관심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물론 롱코비드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위장관 문제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가장 흔한 롱코비드 증상에는 어떤 게 있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분류한 유형별 롱코비드 증상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 증상으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피로감 △발열 △호흡기 및 심장 증상 △호흡 곤란 △기침 △가슴 통증 △심장이 빨리 뛰거나 두근거림, 신경학적 증상으로는 △브레인 포그(안개 낀 듯 머리가 멍한 증상) △두통 △수면 문제 △일어설 때 어지러움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후각과 미각 변화 △우울증 혹은 불안증 △소화기 증상 △설사 △위 통증이 있고, 기타 증상으로는 △관절 혹은 근육 통증 △발진 △생리주기 변화 등이다.
이들 중 어느 것이 가장 일반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고, 그 결과는 다양했다. 코로나를 앓은 1만7500여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롱코비드는 심장 두근거림, 탈모, 피로, 가슴 통증, 호흡 장애, 관절 통증, 비만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코로나를 앓고 난 후 불안증과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각각 35%, 40%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의 토마스 루소 교수(감염병학)는 건강·의료 매체 ‘프리벤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인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 브레인 포그, 수면 장애, 관절통 및 다양한 위장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 건강보장센터의 선임 학자인 아메쉬 A. 아달자 박사는 피로, 운동 불내성(정상적인 일이나 운동을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상태), 집중력 문제를 롱코비드 증상으로 든다. 루소 박사는 “궁극적으로 롱코비드와 관련된 모든 증상은 코로나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롱코비드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아달자 박사는 “롱코비드가 있는지 여부를 아는 것은 분명히 까다로운 일”이라며 “롱코비드에 대한 진단 테스트는 없으며 증상의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하기 위해 의학적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루소 박사는 “의학적 검사는 겪고 있는 증상에 따라 다를 것이며 의사는 다른 건강 생태를 먼저 배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혈액 검사, 흉부 X레이 및 심전도와 함께 신체검사와 같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루소 박사는 “새로운 증상을 발견하면 검사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며 “코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원인과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알기 위해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롱코비드 증상이 없어지려면 얼마나 걸리나?
전문가들은 “어떤 사람들에게서 롱코비드 증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초 나온 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200여만 명의 코로나 환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미한 감염 후 발생한 대부분의 롱코비드 증상은 약 1년 후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롱코비드 증상이 감염 후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CDC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아진다”고 설명한다. 아달자 박사는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1년 만에 회복됐지만 일부 사람들의 증상은 지속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롱코비드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의료 전문가로부터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증상이 롱코비드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건강 상태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