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삼키면 괜찮을까?...위산에 끄떡없어
메스꺼움, 구토 등 유발
“껌 삼키면 안 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껌이 배 안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여러 나라에서 ‘껌을 삼키면 소화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절대 삼켜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학적으로 맞는 말일까. 영국 왕립의학회의 위장병학자인 사라 메실리 박사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잘못된 상식이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말했다. 메실리 박사는 “껌의 기초제가 합성 고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 장이 껌을 소화시킬 수 없다”며 “껌이 소화기관을 막아서 메스꺼움, 구토,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씹는 껌은 기초제와 감미료, 향료, 방부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단맛과 향을 내는 성분은 뱃속에서 쉽게 녹아서 배출된다. 문제는 껌 기초제다. 위산과 장 속의 소화 효소에 견뎌낼 수 있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껌 기초제는 원래 사포딜라나무에서 채취한 치클을 원료로 했다. 껌 수요가 늘면서 사포딜라나무에서 나오는 원료는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 현재는 천연이나 인조의 폴리머(고분자량 화합물)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은 튜브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틸 고무 등 다양한 재료를 껌의 기초제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재료들은 탄력성이 아주 좋아 거의 깨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껌의 기초제가 고무 등의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뱃속에서 수년 동안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껌은 적은 양을 삼켰을 경우, 소화기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성인의 경우 동전 같은 것도 2㎝ 이하 작은 것은 위를 통과해 밑으로 내려간다. 껌은 다른 물건보다는 훨씬 부드럽기 때문에 몸에 해를 끼치지 않고 배출된다. 메실리 박사는 “껌은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결국 배출이 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껌이 오랫동안 몸 안에 남아 있는 경우는 엄청난 양의 껌을 한꺼번에 삼켜야 하는 경우지만 곧바로 변비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다. 1998년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아주 드문 경우지만 껌을 삼키는 습관 때문에 장 폐색증 등이 생긴 어린이 사례 3건이 있다.
2년 동안 심한 변비에 시달린 네 살짜리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부모가 수시로 주는 껌을 삼키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아이는 하루에 껌 5~7개를 씹다가 뱉지 않고 바로 삼켰다. 이 아이는 병원에서 4일 동안 섬유질 보충제와 관장제 등을 먹었으나 효과가 없었고, 결국 의사가 아이의 대장에서 무른 사탕 모양의 덩어리를 꺼내야 했다.
두 번째 사례의 네 살짜리 아이 역시 껌을 먹자마자 삼키는 버릇이 있었는데 의사가 뱃속에서 꺼낸 것은 다양한 색깔의 덩어리였다. 세 번째 사례는 18개월 된 여아인데, 위장에서 왁스처럼 끈적끈적한 물질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많은 양의 껌을 주기적으로 삼키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며 “어쩌다 삼키게 되는 한두 조각의 껌은 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