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행복을 만드는가?...미용 넘어 우울감, 편두통 완화 효과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성형외과 일을 하며 뵙는 분들이 대개 수술이나 시술에 관심이 많다 보니 보톡스 한번 맞아본 적 없다는 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톡스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대중적으로 시행되는 시술입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이라는 독소로 신경 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작용을 하여, 얼굴 주름 부위의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이 마비되어 주름이 약화됩니다. 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근육경련, 발한, 턱관절 장애, 편두통 등 여러 질환에 치료 목적으로 쓰여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이마, 미간, 눈가 등 다양한 얼굴 주름에 효과적입니다. 이 중 개인적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가장 자주 권하는 부위는 '미간'입니다. 미간에 11자 주름을 만드는 눈썹주름근(추미근)은 눈썹을 안쪽으로 당기는 작용 뿐만 아니라, 아래로 끌어내리는 작용도 함께 합니다.
얼굴을 찌푸려 고통을 표현하는 표정 근육이 바로 미간 근육입니다. 이 때문에 미간 보톡스는 세로 주름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찌푸린 표정을 온화하게 바꾸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편안하게 만드는 작용도 합니다.
보톡스의 작용 원리가 근육을 마비시키는 것이므로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표정을 어색하게 하는 등 원치않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마 보톡스는 눈썹을 아래로 떨어뜨려 눈을 무겁게 할 수 있고, 눈가 보톡스는 웃는 표정을 어색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미간 보톡스는 다른 부위에 비해 어색하거나 불편한 결과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미간을 찌푸릴 때 머리가 지끈지끈하며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을 많은 분이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2010년 FDA(미국식품의약국)는 편두통 치료를 위한 보톡스를 승인했습니다. 여기에 미간보톡스가 포함됩니다. 미간 보톡스는 두통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미간 보톡스가 우울증의 증상을 확연히 줄인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최근 여러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미간 보톡스가 우울감을 완화하는 원리는 확실치 않지만,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우선 보톡스로 얼굴 모습이 개선되어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미용적인 결과가 좋지 않아도 우울감은 호전되고 미용적인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감정적 효과는 일정 기간 지속되므로 이것이 주된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보톡스로 온화한 인상이 되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이것이 우울감을 개선하는 효과도 일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신경심리학적인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얼굴 표정이 감정 상태를 유발한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은 실제 감정의 발현 과정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 중 하나입니다.
이에 따르면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근육이 마비되면, 찌푸리는 근육에 의한 신경 전달이 감소하여 이러한 감정 또한 줄어든다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간 보톡스를 맞은 뒤 좌측 편도체의 작용이 감소한 소견을 보이는데, 이 부위는 분노, 우울, 공포 등의 감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존의 우울증약에 비해 보톡스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 효과적 치료법으로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원인인지 아직은 정확히 알수 없습니다.
미간보톡스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으니, 성형외과 의사로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저에겐 개인적 효과라 할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