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가 폐렴 치료 돕는다? “동물실험 성공”

유전자조작 마이크로플라스마세균으로 난치성 폐렴 유발하는 녹농균 제거

VAP는 삽관이 필요한 환자 4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코로나19 위중증으로 삽관이 이뤄진 환자의 절반 가량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로 난치성 폐렴을 일으키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잡는 동물실험이 성공했다. 19일(현지시간) 《네이처 생명공학(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된 스페인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항생제 내성을 지닌 녹농균을 표적으로 삼았다. 녹녹균은 항생제가 침투할 수 없는 생체막을 형성한다. 이 생체막은 호흡을 위해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사용하는 기관 내 튜브의 표면에서도 자랄 수 있다. 이로 인해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VAP)이 발생할 수 있다. VAP는 삽관이 필요한 환자 4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코로나19 위중증으로 삽관이 이뤄진 환자의 절반 가량에 영향을 미친다. VAP가 발생한 환자 8명 중 1명을 죽음을 맞는다.

연구진은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을 일으키는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에 유전자 조작을 가했다. 폐렴을 유발할 능력을 제거하는 대신 녹농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독소를 생산하도록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 박테리아를 녹농균에 감염돼 VAP에 걸린 생쥐에 주입했다.

이렇게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가 주입된 생쥐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생쥐보다 생존율이 2배 높았다. 단 한차례의 고용량 치료를 시행했으나 폐에 독성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가 끝나자 면역체계는 변형된 박테리아를 4일 만에 제거했다.

항균제 내성 감염은 매년 최소 127만 명의 사망자를 낳을 정도로 위협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이를 막을 대체치료법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임상 시험으로 넘어가기 전에 추가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그들은 분무기로 뿌린 연무 속에서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를 들이마실 수 있게 해주는 치료법을 상상하고 있다.

연구진의 한 명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게놈규제센터의 마리아 율루치 세나르 연구원은 이 치료법을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포위하는 공성 망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치료는 세포벽에 구멍을 뚫어 항생제가 침입해 감염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중요한 진입 지점을 제공한다”면서 “ 이것이 병원 안에서 주요한 사망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유망한 새로운 전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7-022-0158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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