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임산부를 진정 소중하게 대하고 있는가?

[박문일의 생명여행](37)임신부 사랑 선언의 의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10일은 우리나라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임산부의 날이었다. 임산부의 날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 그리고 임신기간인 10개월을 함께 의미한다. 이날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출산,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모든 임산부가 배려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임산부임을 나타내는 앰블럼을 개발해 국민이 엠블럼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엠블럼은 '임산부 먼저'라는 문자와 임산부 배려를 뜻하는 '배려의 손과 원'을 결합한 형태로 아이를 가진 뿌듯한 느낌과 당당함을 지닌 임산부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추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인데 각계에서 이를 극복하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도 비슷한 시기이다. 필자가 1999년도에 각계 교수 50인과 함께 설립한 대한태교연구회에서도 저출산 극복 운동에 동참하려고 ‘임신부 사랑 선언’을 마련했다. 2000년 1월 20일 많은 후원자가 모인 가운데 임신부사랑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임신부 사랑 선언은 다음의 3가지 주제, 15개 항의 선언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문(Tender Loving Care for Pregnant Women)으로도 만들어 발표했다.

임신부 자기 선언

1.임신은 나의 생애 최고의 축복이다.

2.자궁 안의 태아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

3.임신을 기쁘게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줄인다.

4.임신에 해로운 모든 나쁜 습관을 버린다.

5.즐거운 마음으로 출산에 임한다.

임신부 가족 선언

1.임신부를 위한 따듯한 가정환경을 만든다.

2.임신부를 돕는 것은 태아를 돕는 것이다.

3.임신부를 사랑으로 이해하며 태교에 동참한다.

4.모든 일에서 임신부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5.분만은 가족이 함께 하는 축제이다.

직장-사회 선언

1.임신을 통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는다.

2.태아에게 해로운 사회적 환경들을 개선한다.

3.모든 임신부는 사회의 관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4.모성건강은 사회건강이며 나아가 국력이다.

5.여성은 품위 있는 환경에서 분만할 권리가 있다.

각 선언문의 제1항은 사랑총론이며, 제2항은 태아, 제3항은 모성정서, 제4항은 모성육체, 제5항은 분만과 관련된 선언이다. 임신부 자기선언과 임신부가족선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직장-사회의 선언이 아닌가 한다. 임신부를 바라보는 타인들의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사회선언에 포함된 5개 항이 제정된 구체적인 배경을 당시 발표된 원문 그대로 여기에 옮겨본다.

1.임신을 통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는다.

자궁 속에 잉태된 아기는 신(神)이 주신 선물입니다. 신의 축복으로 새 생명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자연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 미천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벌레도, 심지어 이름 없는 풀 한 포기의 생명도 존귀합니다. 신이 내려주신 이 존귀한 생명을 인간의 능력으로 좌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임신부를 통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느껴야 합니다. 무심코 우리 주위의 임신부들이 “한” 사람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말할 것도 임신부는 태아와 함께 “두” 사람인 것입니다. 태아를 통하여,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느끼고 사회적으로도 그 생명의 존엄성을 공유해야 합니다. 생명이 존중되는 따듯하고 품위 있는 사회. 임신부들이 그 역할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임신부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태아에게 해로운 사회적 환경들을 개선한다

임신한 여성이 근무하는 직장에서, 무심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임신부가 근무하는 직장환경이라면 이러한 것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소음은 자궁 속의 양수(羊水)를 줄입니다. 양수는 아기에게 산소처럼 중요한 것인데 임신부 옆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소음지수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임신부들도 있습니다. 공기와 물의 오염이 심한 공해환경에서는 결코 우리의 아기들이 온전히 자랄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임신부들의 환경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임신부에게 해로운 환경 개선을 위하여 우리 모두 나서야 할 때입니다.

3.모든 임신부는 사회의 관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모든 임신부는 태아와 함께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합니다. 나의 아이이건 남의 아기이건 임신부들은 우리의 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를 위하여 임신부와 태아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합니다. 임신부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가정을 위한 것이며, 또한 우리 사회가 “사랑이 충만한 나라”가 되기 위한 기초가 됩니다. 특히 불우한 환경에 있는 임신부들을 아끼고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일해야 하는 임신부들에게도 최대한의 배려를 해야 합니다.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자리를 양보해 줍시다. 임신부와 태아 사랑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우리 모두 느껴야 합니다. 임신부를 보호해 주는 사회. 따듯한 사회로 가는 길목입니다.

4.모성건강은 사회건강이며 나아가 국력이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모든 창조물 중 가장 중요한 존재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하여,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우리 국가과업을 이어나갈 다음 세대를 훌륭하게 기르는 일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를, 특히 여아를 보호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건강해야 다음 세대가 건강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이를 이처럼 깨우쳐 주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는 행복해 보입니다. 어머니의 신체는, 아기들의 몸과 마음을 만들어 주는, 인간 최초의 학교이며, 아기들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의 앞날은 어린이와 모성건강에 달려있습니다. 임신부를 무한히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5.여성은 품위 있는 환경에서 분만할 권리가 있다.

분만실에서는 임산부가 남편을 만나고 싶어도, 여러 절차를 거쳐 어렵게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만실은 ‘외인출입금지’이며, 또한 ‘병원균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제한구역입니다. 분만대기실에서는 많은 임산부가 함께 진통을 겪으며 개인의 사적 자유가 침해받고 있습니다. 임산부는 외로운 환경에서 진통과 싸우며,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신생아실로 즉시 격리됩니다. 차갑고 외로운 환경입니다. 임산부에게도, 태어나는 아기에게도 절대로 바람직한 환경이 아닙니다. 우리의 분만 환경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사회적 제약들을 개선하여 임부들에게 품위 있는 분만 환경을 제공합시다. 우리의 아기들도 더욱 품위 있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더욱 생명의 존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노력들이 모여 <임신부사랑선언> 5년 후인 2005년에, 10월 10일이 임신부의 날로 제정되었다. 그런데 최근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임산부의 날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59.1%)은 임산부의 날을 '모른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부디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임신부 사랑에 동참해 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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