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후 껌 씹으면 좋은 이유
심장 수술 후 껌을 씹는 것은 소화관 활성화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전하고 간단한 치료법으로 껌을 씹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는 환자들보다 기분이 개선되고 잠재적으로 더 빠른 퇴원을 할 수 있다는 것. 최근 열린 미국 흉부외과 및 중환자 의학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펜실베니아주 크로체-체스터 의료센터 의사인 시리반 S 셍은 “그동안 심장 수술 환자에게 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우리는 최초로 껌이 장 기능 회복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연구팀은 응급하지 않는 개심술, 대동맥 판막 치환, 승모판막 수리와 치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한 그룹은 2017~2020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무설탕 껌 치료 프로토콜에 참여한 341명의 환자들로 구성됐다. 다른 그룹은 2013~2016년 심장 수술을 받고 껌을 씹지 않은 496명으로 이뤄졌다.
연구에 의하면 껌을 씹은 환자들 중 단 두 명(0.59%)에게 수술후장폐색증이 발견됐다. 껌 씹지 않은 그룹에서는 17명(3.43%)에게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수술후장폐색증은 심장 수술 후 발생하는 흔한 합병증 중 하나로, 최대 5.5% 환자에게 발생한다고 셍은 설명했다. 증세는 복통, 팽만감, 메스꺼움, 구토, 변비를 유발하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느린 회복과 장기 입원을 초래할 수 있어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재정적 부담이 증가한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위니펙의 세인트보니파스병원 라케시 아로라 박사는 “심장 수술에서 수술후장폐색증 발생이나 장 기능의 느린 회복은 지금까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껌 씹기 같은 간단한 조치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수술을 받은 수백 명 가운데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뒤 껌을 씹은 사람들 중 장폐색증 환자는 10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과거 평균에 비해 거의 5배나 줄어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효과는 껌을 씹는 것으로 음식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장이 자극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샴 피딩’(sham feeding)이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음식 섭취를 모방하지만 음식이나 음료가 실제로 소화되거나 흡수되지 않는 과정을 가리킨다.
연구팀에 의하면 심장 수술 후 껌을 씹는 것은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개입으로 수술 후 기분 개선을 돕는다. 기분이 좋아지면,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퇴원을 앞당길 수 있다. 셍은 “최소한의 위험과 비용이 극히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심장 수술 이후 껌을 씹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치료 표준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