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소리 없이 당신의 콩팥을 공격한다.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
당뇨병에 의한 만성콩팥병, 심각한가요?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을 일으키는 원인질환 1위에 꼽힌다.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 2~3명 중 1명은 당뇨병이 원인이다. 우리나라 만성콩팥병 환자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약 32%가 만성콩팥병을 앓는다. 일반인이 만성콩팥병에
걸릴 확률(11.7%)보다 2.7배 더 높다. 특히, 당뇨병에 의한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률은 47%에 불과하다. 비당뇨 환자는 70%다. 따라서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은
일반 당뇨병과는 완전히 다른 질병으로 보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의 빠른 고령화 현상과 당뇨병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생각해보면 당뇨병성
콩팥병의 심각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입니다. 제 콩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당뇨병 환자가 혈당 조절을 잘 하지 못할 경우 고혈당은 서서히 혈관을 손상시킨다.
콩팥도 혈관으로 이루어진 장기이므로 마찬가지로 손상을 받게 된다. 콩팥이 손상되면
가장 먼저 미세알부민뇨가 발생한다. 이는 소량의 알부민(30~300mg/24시간)이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으로, 콩팥이 손상되었음을 알리는 최초 검사소견일 뿐 아니라 후에 심혈관
질환 발생도 예견하는 중요한 소견이다. 그 후 콩팥 손상이 진행되면 본격적인 단백뇨가
나타나고, 단백뇨가 점점 심해지면서 부종이 발생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심해진다.
이와 동시에 콩팥 기능이 서서히 악화되면서 결국은 말기신부전 상태가 된다. 실제로
당뇨병성 만성콩팥병 환자 중 3846명이 매년 투석을 시작한다.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소변도 잘나오고 아무렇지도 않은걸요.
당뇨병에 의한 만성콩팥병의 최초 징후는 소변에 알부민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혈액 검사에서 이상을 보이기 훨씬 전부터 나타나는 조기 징후이다. 하지만 미세알부민뇨만
있을 경우 아무 증상도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미세알부민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콩팥 기능을 알려주는 사구체
여과율을 측정하기 위해 혈중 크레아티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죠?
혈당 조절을 잘 하게 되면 만성콩팥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당화혈색소를 7.0%이하로 조절하여야 한다. 혈압측정을 규칙적으로
하여야 하고 의사가 권장하는 대로 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 목표 혈압은 130/80mmHg이지만
단백뇨가 1일에 1g 이상 나오는 경우에는 125/75mmH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미세알부민뇨가
있는 경우에는 알부민뇨를 감소시키기 위해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혹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조기에 투여해야 한다. 시력이 나쁘지 않아도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위험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안과검진과 예방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비만은 콩팥병을
악화시키므로 적절한 식이요법과 함께 고지혈증 치료 및 체중관리가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혈당과 크레아티닌, 미세알부민뇨를 측정해야 하며 당뇨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금주, 금연은 필수이다. 당뇨병을 가진 많은 환자에서 신질환에 걸리지
않는 환자가 신질환 환자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만성콩팥병으로
진행 하면 몸의 혈관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콩팥의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가 없는 환자보다 만성콩팥병의 경과가 더 나쁘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만성콩팥병의 가능성에 대해 항상 염두에 두고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이래요. 고기는 안먹고 몸에 좋은 야채랑 현미밥만 먹어야겠어요
당뇨병 환자에게 만성콩팥병이 합병되면 기존의 당뇨식이에서 식이요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진행단계에 따라 식이요법이 달라지므로 우선 정확한
만성콩팥병의 단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 1~4기에는 당뇨식을 기본으로 하되 단백섭취를
제한한다. 저단백 식사 요법은 신장 기능 악화를 늦추어 줄 수 있으나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영양실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단백 섭취를 적절히 제한할 경우
인의 섭취도 같이 제한된다. 따라서 인 제한이 필요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인이
많은 함유된 우유, 요구르트, 치즈 같은 낙농제품이나 콩,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
미정백 곡물 등은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대신 닭, 칠면조, 생선, 소고기 같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한다. 섬유소가 많은 야채의 섭취는 변비를 완화시켜주므로
당뇨병의 초기에는 섬유소를 적절히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3기, 특히 4기
이후에는 섬유소가 많더라도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야채는 피해야 한다. 칼륨은
수용성이므로 야채를 물에 담가 놓았다가 헹궈서 사용하거나 줄기, 껍질 부분을 제거하고
조리하면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이나 부종이 있으면 식염을 하루 6g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염분 섭취 제한을 목적으로 저나트륨 소금이나 간장을 사용할
경우 칼륨 섭취가 증가하므로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