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양육 부담 클수록 ‘양육 기쁨’ 과장
양육비 많이 들수록 함께 있는 시간 늘려
부모들은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져도 아이를 키우는 데서
오는 기쁨을 부풀려 생각하는 등 양육부담과 비용을 합리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리처드 아이바흐 박사와 스티븐 목 박사 등은 양육방식,
특히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고된 일과 부담을 참아내는데 부모의 자기합리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18세 미만의 아이를 한 명 이상 키우고 있는 8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를 키울 때 드는 비용과 부모의 만족감에 대해 알아봤다. 40명의 부모에게는
아이 한 명을 기르는데 드는 비용이 19만 달러(약 2억1천만 원) 이상이라는 조사결과와
함께 양육비 부담을 알려줬다. 나머지 40명에게는 아이가 나중에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하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등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 다음 조사대상 부모 모두에게 심리에 관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부모가 아이 기르는 일을 얼마나 즐겁게 생각하는지,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느낄
법한 불편과 고된 감정에 관한 질문이었다.
아이바흐 박사팀은 양육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부모일수록 아이 키우는 과정을
힘들게 여길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아이를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을 부담스러워하기까지 하는 부모가 오히려 양육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간 혼란스러워 하는 부모도 있지만 연구진이 이상적인 가정생활을
떠올리도록 하자 아이를 키우는 과정의 부정적인 감정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연구진은 부모가 거짓 반응을 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두 번째 조사를 했다.
이번에는 부모에게 아이를 키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혼자서 취미활동을
즐기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소개했다. 그리고 휴일에 얼마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물었다.
결과는 연구진의 당초 예상과 분명히 달랐다. 아이를 키우는 데 쓰는 시간과 돈이
많은 부모일수록 아이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농사를 돕는 등 경제적인 역할이 상당했지만
그만큼 아이와 부모가 마주하는 시간이 적고 관계가 소원해져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정이 현대보다 적었다. 하지만 생활 방식이 변하면서 경제적 이득은 줄고 아이에게
드는 양육비용은 더 늘어났다. 연구진은 “줄어든 경제적 이익을 애정으로 보상받으려는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데서 오는 기쁨을 더 과장하고 합리화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지에 게재됐고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2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