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후각’ 김탁구, 현실에서는 못 찾는다

똑같은 냄새 분석하고 풀어내는 수재들만 있을 뿐

상해가는 팥을 냄새 만으로 알아차리고 조리방법도 모르는 빵을 후각에만 의존해서

똑같이 만들어내는 김탁구. 다른 사람은 구별조차 못하는 냄새를 정확히 구별하고

맡아내는 절대후각은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 다른 사람보다 냄새에 아주 민감한

사람은 있지만 과학은 아직 선천적인 ‘절대후각’을 찾아내지 못했다.

과학은 현재까지 절대 후각의 존재는 찾지 못했지만 노력하면 후각 수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냄새과학자인 에이버리 길버트가

쓴 냄새에 관한 책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2009. 21세기북스)’는

인간의 후각능력과 고정관념을 잘 풀어내고 있다.

인간이 냄새를 식별할 수 있는 한계는 최대 3가지

이 책이 소개한 호주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랭 박사는 스피어민트향, 아몬드향,

정향을 섞은 혼합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식별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3가지 이상의 냄새가 섞인 혼합물에서 구성 성분을 하나라도 식별해 낼 수 있는 사람은

15%도 안됐다. 조향사와 향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테스트 해봐도 3가지 이상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사람 코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냄새를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 막걸리가 주재료이기는 하지만 별도의 레시피 없이 후각에만

의존해 ‘봉빵’을 만든 김탁구는 후각이 출중하다기 보다 냄새를 분석하는 뇌의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탁월한 것일 수 있다.

학습으로 냄새 맡는 능력 기를 수 있어

과학의 세계에서 인간은 개보다 냄새를 맡는 세포의 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후각

기능이 크게 뒤진다고 알려져 왔다. 인간의 후각 세포 수는 약 500만개, 개는 2억5000여만개로

한참 뒤지기 때문에 냄새를 맡는 능력이 개보다 뒤진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정설에

도전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예일대 고든 셰퍼드 교수는 “냄새 맡는데 동원되는 세포 숫자 보다는 세포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두뇌가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뮌헨의대 마티아스 라스카 교수는 거미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돼지꼬리원숭이의 냄새맡는

능력이 개와 토끼 못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인원류가 개와 토끼보다 냄새에

덜 민감하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앞을 못보는 대신 냄새맡는 능력이 크게 발달했을 것 같은 헬렌켈러가 ‘냄새,

타락천사’라는 에세이에서 자신의 후각 능력을 서술했다. △냄새로 무언가를 기억할

수 있다 △폭풍우가 다가오면 냄새가 난다 △집이 낡고 오래되면 냄새가 난다 △특정한

사람(화가, 목수, 철공소 직원)의 직업을 냄새로 알 수 있다 △친한 친구에겐 특유의

냄새가 있다 △갓난아이에게선 달콤한 냄새가 난다 등 6가지다. 헬렌켈러의 평이하고

객관적인 서술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면 헬렌켈러의 후각이 천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도주 감정가, 향수를 만드는 사람 등 전문가의 강점은 냄새를 맡는 능력이 아니라

똑같은 감각 정보를 더 잘 활용하는 인지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들의

능력은 꾸준한 연습으로 어떤 미묘한 냄새를 언어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절대 후각’이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문학 작품에 후각에

특출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즉 작가는 절대 후각을 지닌 주인공을 만들어냄으로써

냄새에 의미를 부여하고 글로 표현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후각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는 △냄새를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이 냄새를 어떻게 경험하고

반응하는지 직감적으로 느끼고 공감하며 △상상력을 통해 맡은 냄새를 해석한다.

문학작품의 대표적인 절대후각 주인공은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 살만 루시디 ‘자정의 아이들’의 주인공 살림 시나이 등이다. 나다니엘

호손이 쓴 ‘주홍글씨’는 냄새 묘사가 탁월한 소설로 꼽힌다.

절대후각을 찾는 과학자 문학가들의 발길이 잦았지만 결국 절대후각은 현재까지

과학의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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