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음식이 해로운 음식이 될 때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에 이런 질문들이 있다.
"석류가 피부에 좋다던데, 정말 그래요?"
"소화 잘 못하는 사람들은 홍삼 먹으면 좋아진데요~"
"유기농 채소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복분자가 그렇게 좋다던데~ (-_-?)"
등등등… 먹는 것에 대한 질문, 특히 뭘 먹으면 뭐에 좋다던데 진짜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질문이 많다.
물론 환자들이 물어보는 음식에 대해 나는 모두 알지는 못한다. 유기농 채소가
어떻게 재배되고, 어떻게 유통되는지도 모르고, 홍삼의 어떤 성분이 소화를 도와
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대답을 할 때는 꼭 이런 말을 잊지 않는다.
"사실 제가 그런 음식들에 대해 모두 잘 알지는 못해요. 다만 그런 것들을
먹고 정말 좋은 효과를 보셨다면 계속 드세요. 효과를 보지도 못했는데 남들이 좋다고
해서 억지로 드실 필요는 절대로 없어요."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석류 같은 음식 외에도 생활의 변화 등 요인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음도 설명한다.)
어떤 환자는 와인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취하는데도 매일 저녁마다 억지로 조금씩 와인을 먹고 있었다.
몸에 좋다고 해서 마시긴 하는데, 먹고 나면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속도 불편해서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경우, 과연 와인이 몸에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XX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에겐 좋은 음식이 어떤 사람에겐 나쁜 음식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몸에 좋은 어떤 음식을 알아내 그 효과를 보기 위해 매일 챙겨 먹는다고
할 때, 챙겨 먹는 그 자체가 즐겁지 않고 힘든 일이 된다면 몸에 좋다는 음식이 오히려
몸에 나쁜 음식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비타민을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려서 속상해 하거나, 매일 아침
엄마가 몸에 좋다고 마시라고 하니까 녹즙을 마시긴 하는데 그 맛이 영 씁쓸해서
마실 때마다 괴로워할 필요가 굳이 있느냐는 것이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은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기에
정말 맛있고, 그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야 몸에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