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새내기 ‘술 사고’ 이제 그만~

급성알코올중독 또는 토한 음식이 기도 막아 사고 발생

 

2006년 대학에 갓 입학한 아들을 술 때문에 잃은 40대 아버지는 요즘도 거리에서

자기 아들을 닮은 청년을 만나면 다리가 휘청 꺾인다. 그날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에 입학한 아들은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날 병원 영안실에

시체로 남아 있었다.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마신 끝에 결국 숨을 거둔 것이었다.

이런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술로

인한 사망 대학생은 2006년 3명, 07년 2명, 08년 2명이다.

올해도 똑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아예 장관이 나섰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전국 14개 대학 절주 동아리 회장 등 15명을

장관실로 초청해 “우리 사회는 술을 잘 마시는 것을 능력으로 알지만 술 잘 마시는

것은 능력이 아니다”면서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과음으로 귀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주 동아리들이 건전한 음주 문화를 대학가에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절주 교육 △공익광고를 통해

음주 사고 가능성 홍보 △축제나 파티에서 술을 적게 마시면서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알려주기 △절주 동영상 제작 △절주 동아리들의 네트워크 형성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 절주 요령 홍보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대학생 음주 사고는 술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가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냉면

사발 같은 큰 그릇에 술을 가득 붓고 한 번에 마시는 ‘사발식’ 등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용우 원장(리셋클리닉)은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시면

피 속의 알코올 농도가 급히 올라가면서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가 나타난다”며 “심한

경우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호흡 중추가 마비돼 숨질 수 있지만, 대부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에서 구역질을 해 나온 음식물이 숨길을 막으면서 호흡 곤란으로

숨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술로 인한 사고는 이 같은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저체온증만 있는 게 아니다.

과음으로 인한 폭행, 교통사고, 추락, 자살 같은 사건도 음주 사고로 봐야 한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음주연구소장)가 2006년에 발표한 논문 ‘대학교의

환경적 특성이 음주 폐해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전국 77개 대학교를 조사한 결과

59개(76.6%) 대학에서 음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중 모두 359건의 음주 피해가 발생했으며, 폭행 사고가 1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란 96건, 기물 파괴 68건, 교통사고 35건, 추락 13건, 익사 4건, 성폭행

3건, 자살 2건 순이었다.

대학가에서 그릇된 음주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중고교

시절 억압돼 있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뒤 음주를 젊음, 낭만, 자유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주류 업체들이 대학가에서 대놓고 판촉 행사를

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음주 사고를 막을 방법으로 김 교수는 “학교 측에서 교육과 대안 마련을

통해 음주 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주류 업체의 대학가에 대한 판촉 활동도

자제시켜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음주 사고를 인재(人災)로 보고 이를 막으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우 원장은 “아직 자신의 주량을 모르는 대학 새내기는 과음하면 안 된다”며

“피할 수 없는 자리라면 빈 속에 급히 마시지 말고 중간 중간에 물을 많이 마시면

급히 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술 맛을 순하게 한다며 이온음료나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면 오히려 알코올 흡수가 빨라진다”며 “독한 술부터 마시면 조절 능력이

떨어져 과음하기 쉬우므로 약한 술부터 마시고, 와인과 양주를 섞어 마시면 다른

술 종류를 섞어 마시는 것보다 더 탈이 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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