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표시 믿을 게 못돼
일부 정보만 표시할 뿐 첨가물 안 알려줘
시판되는 식품에는 열량, 지방질 및 소금 함량 등 식품영양표시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정보량이 너무 적고 또한 중요한 식품 첨가제 등에 대한 표시 의무도 없어,
이것만 믿고 식품을 섭취했다가는 사람에 따라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용량이 점점 늘고 있는 인 성분이다. 인 성분은
유기체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분으로 고기, 곡물, 견과류, 유제품 등에 들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공식품의 맛을 좋게 하고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 인산나트륨이나
피로인산염 형태로 포장육, 치즈, 빵 과자류, 음료수는 물론 식당에서 공급되는 닭고기에까지
첨가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렇게 첨가량이 늘고 있는 인 성분은 특히 신장 질환자에게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정상인들은 불필요한 인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지만 신장 질환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혈액투석을 받는 신장 질환자들의 경우 이들 식품에 포함된
인 성분을 먹어 혈액 속의 인 수치가 높아지면 심장병이나 뼈 질환이 생기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소재 헬스메트로 메디컬 센터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과 대학
연구 팀은 중증 신장 질환자 27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A그룹에게는 각종 식품에
들어 있는 인 함량을 자세히 알려 줌으로써 식품을 살 때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하도록 시켰다. B그룹에게는 인 성분이 첨가되지 않았다고 알려진 식품 목록을
준 뒤 각자 알아서 음식을 섭취하도록 시켰다.
3개월 뒤 두 그룹의 혈중 인 농도를 측정해 보니, A그룹의 혈중 인 농도는 B그룹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설리반 박사는 “B그룹은 인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음식만을 섭취했는데도 체내 인 성분 축적이 크게 늘어났다”며 “인 성분
첨가물을 식품업자나 식당들이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 질환자뿐 아니라 정상인도 인을 많이 섭취하면 골밀도가 낮아지고 골절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국인은 곡류를 통해 인산 성분을 많이 섭취하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늘어나면서 주의가 요망된다.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이자 국립독성과학원 원장인 조명행 박사 팀은 인이
들어있는 햄, 베이컨 등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폐암을 일으키거나, 폐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설리번 박사의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레포트 등이 11일 보도했으며 ‘미국 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