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뉴스] “때 밀면 피부 망가져” 실험으로 확인
오늘은 피부 혹사하는 날?…중앙대병원 실험
1년 묶은 때를 벗겨내고 이제 내일이면 새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 된다. 그래서
해마다 연말이 되면 아빠와 아들, 또는 엄마와 딸이 목욕탕을 찾아 ‘이태리 타올’로
때를 벅벅 밀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때밀기 습관은 한국에만 있을까. 외국인들은 왜 이 좋은 때밀기를 하지
않고, 심지어 한국인이라도 피부과 의사들은 ‘절대로’ 때를 밀지 않을까.
‘대대적으로’ 때를 미는 날을 맞아 코메디닷컴은 때밀기가 피부에 미치는 효과를
실험을 통해 검증해 봤다. 과연 더러운 때가 벗겨지면서 뽀얀 속살이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죄 없는 피부가 벗겨지는 것일까.
▽실험 방법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 팀이 12월 17~22일 엿새 동안 진행했다. 20대
여성 4명이 실험 대상으로 참여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손목부터 팔오금(팔꿈치의
반대편)까지를 따뜻한 물에 적신 거즈로 15분간 불린 뒤 네 군데를 각각 0회(대조군),
5회, 10회, 15회씩 때를 밀었다.
때를 밀기 전, 그리고 때를 민 뒤 2시간, 6시간, 2일, 5일이 지난 뒤 시점에 각각
때를 민 자리의 수분 상태를 측정했다. 측정은 두 가지를 했다. 해당 부위가
수분을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를 측정한 ‘수분 함유도’, 그리고 수분이 얼마나
피부를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지를 측정한 ‘경피 수분 손실도’였다.
수분 함유도는 숫자가 낮을수록 피부가 건조한 상태를 말하며, 경피 수분 손실도는
숫자가 높을수록 피부가 쉽사리 건조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실험 결과
본격적으로 때를 불리고 전문 때밀이가 때를 벗기지 않았기 때문에 수분 함유도
등에서 격차는 크지 않았다. 실험에 참여한 4명 중 2명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 15분간 따뜻한 거즈로 피부를 불리고 때를 밀었는데도 불구하고 2명에서는
수분함유도나 수분손실도 등에서 비교적 큰 차이가 나타나 때밀기가 피부에 미치는
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ㄱ씨의 경우 5번 때를 민 부위의 수분 함유도는 때밀기 전의 45.3에서 2시간 뒤
33.43으로 11.87가 떨어졌다. 때를 밀지 않은(0회) 대조 부위의 수분 함유도가 같은
기간 50.33에서 49.6로 단 0.73으로 떨어진 것과는 큰 차이였다.
15번 때를 민 부위의 경피 수분 손실도는 때밀기 전의 12.9에서 2시간 뒤 14.5로
1.6가 높아졌다. 수분이 몸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다. 반면 0회를
민 대조 부위의 수분 손실도는 11.4에서 11.9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ㄴ씨의 경우도 때를 민 부위에서 수분 함유도가 크게 떨어졌으며, 경피 수분 손실도는
높아져 같은 양상을 나타냈다. 경피 수분 손실도는 보통 피부가 외상을 입거나 감염됐을
경우 피부 기능이 약해지면서 높아진다.
전체적으로 때를 민 횟수가 많을수록 수분 함유도는 낮아졌고, 경피 수분 손실도는
높아졌다. 때를 벗길수록 피부의 수분 함유도가 낮아지고 수분이 손실되는 속도는
빨라지면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는 결론이다.
피부의 건조도는 때를 민 뒤 이틀이 지난 뒤부터야 서서히 원래의 피부 상태로
돌아갔다.
▽ 실험 결과 분석
실험 결과에 대해 서성준 교수는 “더 많은 인원으로 실험을 했다면 더욱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이번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때밀기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때를 밀면 피부의 각질층이 벗겨져 나가면서 수분을 제대로
함유하지 못하고, 몸 속의 수분이 피부를 쉽게 뚫고 나가 밖으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때’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피부 각질층의 맨 바깥 층을 말한다. 피부
각질층은 여러 겹으로 켜켜이 쌓인 형태로 몸을 보호하는데 피부를 뜨거운 물에 불리고
때를 밀어낸다는 것은 결국 각질층의 맨 바깥 층을 긁어내는 것이다.
각질층이 손상되면서 얇아지기 때문에 보습 효과와 수분 방출 억제 효과가 뚝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각질층은 외부로부터 오염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수분을 보존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때를 심하게 밀어내면 이런 중요한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때를 자주, 많이 밀게 되면 피부건조증이 지속적으로
유발되면서 주름살이 늘어나는 피부 노화가 촉진된다.
서 교수는 “때를 밀고 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시원해졌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각질층이 손상됐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각질층이 손상되면 유해
물질이 쉽게 피부를 침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알레르기나 가려움증도 쉽게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 ‘때’는 있나, 없나
우리가 벗겨내는 것이 피부의 각질층이라면 ‘때’라는 것은 없는 것일까. ‘진짜
때’가 있기는 있다. 바로 피부 각질의 죽은 세포, 땀, 피지, 몸에 불필요한 공기
중의 먼지나 더러운 물질 등이 피부 각질층 위에 쌓이는 진짜 때다.
그러나 이런 진짜 때는 굳이 벅벅 벗겨낼 필요는 없다. 비누를 온몸에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만으로 기름 때 같은 것은 충분히 제거되며, 각질층의 죽은 세포 등은
한 달 정도를 주기로 알아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적당한 목욕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몸에 좋다. 서 교수는 “샤워를
자주 하는 것보다 적당한 온도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 피부 수분 공급에 좋다”며
“그러나 한 번에 3~4시간씩 탕에 들어가 각질층이 불리면 ‘때’가 저절로 밀리기
때문에 탕 속에 머무는 시간은 10~15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 서성준 교수가 추천하는 올바른 목욕법
서 교수는 “피부과 의사는 아무도 때를 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부에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은 서 교수가 추천하는 올바른 목욕법이다.
△ 하루 한 번 15~20분 동안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근다.
△ 자극이 적은 비누를 최대한 짧게 피부에 접촉시킨 뒤 씻어낸다.
△ 일반적인 고형 비누보다는 약산성의 액체 비누가 더 좋다.
△ 비누 목욕은 2~3일에 한 번이 적당하다.
△ 목욕 후 2~3분 이내에 온몸에 보습제를 발라야 피부의 건조함을 줄일 수 있다.